[텐아시아=박슬기 기자]
영화 ‘기억을 만나다’ 포스터/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영화 ‘기억을 만나다’ 포스터/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하늘을 바라보니 별이 쏟아진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온다. 기분 좋은 향기도 나고 직접 버스를 탄 듯 관람석이 흔들리기도 한다. 영화의 풍경을 가까이 보고 느낄 수 있어 마치 출연 배우 중 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영화 ‘기억을 만나다’는 VR(가상현실)기술과 오감 체험을 할 수 있는 4DX 상영 시스템이 결합한 세계 최초의 4DX·VR 영화로 관객에게 새로운 영화 체험을 제공한다. 이 영화는 고글 형태의 VR 관람용 안경 HMD(Head Mounted Display)을 쓰고 봐야 한다.

구범석 감독은 이야기와 감정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로맨스물을 택했다.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깊은 몰입감에 빠져드는데 구 감독은 잔잔한 로맨스와 접목시켜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그동안 4DX나 VR이 주로 액션이나 스릴러에 접목됐던 점을 감안하면 의외다.

단점은 휴대폰이 부착된 관람용 안경 HMD가 굉장히 무겁다는 것. 손으로 HMD의 밑 부분을 받치고 봐야 할 정도로 묵직하다. 특히 해상도가 낮아 눈의 피로감이 크다.

‘기억을 만나다’는 카메라부터 촬영 기법, 연기하는 방식 등이 일반적인 영화 촬영 현장과는 달랐다. 보통 촬영장에서는 여러 대의 카메라와 조명, 마이크 등이 동원되고 많은 스태프와 배우가 동선을 맞추고 약속을 한 상태에서 연기를 한다. 이와 달리 4DX·VR은 360도 모든 방향이 영화에 담기기 때문에 배우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사라진 상태에서 연기한다. 카메라와 마이크를 숨기고 조명은 소품으로 대신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관객들은 영화에 등장하는 공간을 전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인공의 방을 훑어볼 수도 있고 집 주변을 구경할 수도 있다. 지나가는 행인부터 풍경 등 다양한 것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스토리를 놓칠 수 있는 단점도 된다.

구 감독은 “4DX·VR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다. 영화의 역사로 보자면 100년 전의 영화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드웨어, 콘텐츠 측면이 많이 보완되고 발전될 거라 생각한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첫 시도라는 점을 감안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억을 만나다’는 오는 31일 개봉한다.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37분.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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