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7년의 밤’에서 주인공 오영제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장동건.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7년의 밤’에서 주인공 오영제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장동건.
정유정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로 옮긴 ‘7년의 밤’이 오는 28일 개봉한다. 자동차로 어린 소녀를 치어 숨지게 한 뒤 사체를 유기한 최현수(류승룡 분)와 그에게 똑같이 복수하려는 광기에 사로잡힌 아버지 오영제(장동건) 간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흔한 복수극과 달리 두 인물의 뒤틀린 부성애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최현수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오영제는 딸을 잃은 복수심에서 타인의 희생도 개의치 않는다. 총제작비 110억원 규모의 이 작품은 1000만 영화 ‘광해’의 추창민 감독이 세련되게 연출했다. 오영제 역을 통해 인간의 섬뜩한 본성을 연기한 장동건(46)을 22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완성작을 보니 만족스러워요. 제 필모그래피에서 인생작까지는 아니더라도, 제일 열심히 한 영화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시종 어둡고 무겁지만 완성도가 높아 카타르시스를 줄 겁니다.”

"딸 학대 연기할 땐 죄책감… 가장 열심히 매달린 작품"
관객들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대목은 오영제란 인물이다. 평소 어린 딸에게 매질을 가하며 학대하다가 막상 딸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자, 살인범을 찾아 똑같이 되갚아주려고 한다. 사이코패스일까, 잘못된 부성애일까.

“원작과 달라진 것은 오영제의 본질이죠. 원작에서는 차가운 사이코패스였지만 영화에서는 뜨겁지만, 그릇된 부성애를 지닌 인물입니다. 그러다 보니 결말도 달라졌어요. 저는 오영제가 딸의 사고를 접한 뒤 감정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을 표현하는 데 힘을 쏟았어요.”

장동건은 평소 딸을 지극히 사랑하던 아빠가 딸을 잃었을 때 복수하는 감정은 연기하기 쉽지만 오영제의 경우는 달라서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어떤 사람이 행동하는 데는 한 가지 심리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오영제는 자신이 가꾸고 설계했던 자기만의 세계를 침범한 파괴자를 응징하려는 사람입니다. 오영제도 나름의 방식대로 가족을 사랑했던 것 같고요.”

그는 이 영화를 하기 전까지 자신한테 식상해져 있었다고 했다. 어떤 새로운 것을 할 수 있을까 답이 잘 안 떠올랐을 때 이 작품을 만났다. 장동건은 이 배역을 위해 외모에도 변화를 줬다. 영제의 예민하고 완고한 성격을 드러내기 위해 M자형 탈모 스타일로 바꿨다.

“감독님이 처음에 M자형 탈모를 제안했을 때 농담인 줄 알았어요. 막상 해보니까 거울 속 제 모습이 낯설긴 했죠. 그래도 캐릭터에 그럴싸하게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9∼10개월간 그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면도를 했습니다. 다시 예전 스타일을 회복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어요.”

장동건은 류승룡과 격투신을 찍다가 귀를 다쳐 40바늘을 꿰매기도 했다. 또 딸을 학대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죄책감마저 느꼈다. 장동건은 “저도 딸이 있다 보니, 딸이 누군가에 의해 사고당하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싫었다”고 떠올렸다.

장동건은 요즘 바쁘다. 최근 판타지 영화 ‘창궐’ 촬영을 마쳤고, 다음달 25일 방송하는 KBS 2TV 새 수목드라마 ‘슈츠’를 촬영 중이다. 전설적인 변호사와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진 가짜 신입 변호사의 브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그는 올초 소속사 SM C&C를 떠나 1인 기획사 디엔터테인먼트컴퍼니를 설립했다. 그는 “좀 더 편안하게 움직이기 위한 선택”이라며 “후배 양성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지만, 마음에 맞는 후배가 있다면 같이 일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