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하고 먹먹하다…부성애가 빚어낸 비극 '7년의 밤'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해진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한 사고로 사람들의 인생이 망가졌다. 부성애가 만들어낸 비극 속 "나는 너의 아빠니까"라는 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7년의 밤' 이야기다.

'7년의 밤'(감독 추창민)은 한 순간의 우발적 살인으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 '최현수'(류승룡 분)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 '오영제'(장동건 분)의 7년 전 진실과 그 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2011년 출간 이래 5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독자의 뜨거운 관심을 모은 정유정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으며, 전작 '광해'(1231만명)로 천만 감독 대열에 오른 추창민이 메가폰을 잡아 영화로 탄생했다.

추 감독은 21일 서울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원작이 너무 뛰어나 사람들의 기대가 크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다. 뛰어난 문학성을 어떻게 영화에 녹여내느냐가 가장 큰 숙제였다"면서 "원작이 가진 부성애를 부각시켰다. 피의 대물림을 끊고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마지막에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버지의 모습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부정적으로 그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씁쓸하고 먹먹하다…부성애가 빚어낸 비극 '7년의 밤'
이야기는 2004년 세령호 사건 2주 전부터 시작한다. 극 초반 안개가 자욱하고 으스스한 세령마을은 공간 자체만으로 압도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음악이 주는 공포감 또한 대단하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알고 있는 사람도 긴장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추 감독은 "공간은 또 하나의 캐릭터다. 꽤 오랜 기간 동안 이곳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다. 안개나 공간은 CG가 아니고 현실이다. 일부 첨가되긴 했지만 현실감 있게 찍어내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극 중 류승룡은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살인자가 된 남자 최현수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고를 저지른 후의 죄책감, 두려움과 처절한 부성애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류승룡은 "살아가면서 크나큰 태풍과 같은 사고를 겪었을 때 인간이 본능적으로 어떻게 할까, 그 감정의 끝은 어디일까에 대해 탐구했다. 촬영 내내 그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원래는 작품이 끝나자마자 감정에서 바로 빠져나오는데 이번 작품은 6개월 이상 빠져있었다"고 털어놨다.
씁쓸하고 먹먹하다…부성애가 빚어낸 비극 '7년의 밤'
장동건은 딸을 잃고 지독한 복수를 꿈꾸는 남자 오영제로 분했다. 광기 어린 복수심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장동건은 존재만으로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눈빛과 표정을 통해 보여줬다.

장동건은 "원작에선 사이코패스라 규정돼있고, 심리 묘사가 굉장히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영화에선 일일이 다 표현할 수 없고 배우의 감정만으로 설명해야 했다. 오영제가 그릇된 부성애를 가졌다고 생각하니 인간적으로 이해가 되고 설명이 되고 설득이 됐다"고 말했다.

두 남자는 각자 다른 이유로 미쳐간다. 배우들 혼신의 열연이 더해진 캐릭터들은 러닝타임 내내 치열하게 대립한다. 사건을 은폐하려는 자와 파헤치려는 자의 심리 싸움이 강렬하게 표현됐다. 그릇된 부성애는 죄없는 아이들에게 고통을 주고, 결국 처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15세 관람가이지만 자살, 살인, 폭력 등 자극적인 장면들이 담겼다. 영화라 해서 마냥 편하게만 보긴 힘든 내용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류승룡은 "소설을 읽었을 때 한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고 거대한 서사를 보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며 "여러분에게 화두를 던지는 건강한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 사진 = 최혁 기자·영화 '7년의 밤'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