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26일 처음 방송된 tvN ‘우리가 남이가’ 방송화면 캡처.
지난 26일 처음 방송된 tvN ‘우리가 남이가’ 방송화면 캡처.
‘소통 장려 프로그램’을 표방하며 출발한 tvN 새 예능 프로그램 ‘우리가 남이가’가 따뜻한 분위기 속에 출발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자기 포장과 일방향 소통을 보여주는 듯한 흐름에 뒷맛이 개운치 않다.

지난 26일 ‘우리가 남이가’의 첫 회가 방송됐다. ‘우리가 남이가’는 소통이라는 큰 주제 아래 도시락을 매개체로 마음을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매회 출연하는 게스트는 그간 갈등이 있거나 서운했던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도시락을 손수 준비하고, 도시락을 받아 본 상대방은 그 안에 담긴 게스트의 속마음을 읽으며 서로를 향해 가까워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과정은 모두 제작진이 꾸민 부엌에서 공개된다. MC는 박명수, 전현무, 지일주, 황교익, 그룹 더보이즈의 상연이 맡았다.

첫 게스트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성태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대구에서 직접 가져온 팔공산 미나리, 조선시대 영조 때부터 만들었다는 씨간장 등 귀한 재료들을 갖고 와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 의원은 준비해온 재료로 잡채와 인삼 한우 갈비찜을 직접 요리했다. 도시락을 받을 상대방에 대해서는 ‘부부 동반 식사 자리로 사이가 좋아질 뻔 했던 인물”지능적인 인물”나를 괴롭혀도 언론이나 국민들한테 잘 안 알려지는 인물’이라는 힌트를 주며 호기심을 자아냈다.

그러나 막상 지일주가 ‘지일주 기자’라는 캐릭터를 맡아 김 의원에게 정치적 주제에 관한 질문을 던질 때는 지일주의 예리함에 대한 칭찬이나 평가만 내릴 뿐 명확한 답변이나 소신으로 웃음을 안겨주지는 못했다. 지일주가 “정년이 60세면 좀 짧은 거 아니에요?”라고 묻자 김 의원은 “참 까칠하시네”라고 웃으며 받아치는 식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도시락을 건네주기까지 김 의원이 직접 시장에 가서 재료를 사오는 모습, 가족과 함께 먹거리를 준비하는 모습 등을 보여주는 부분, 포장마차에서부터 사회 생활을 시작한 자신이 왜 ‘들개’ 같은 정치인인지 설명하는 모습에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정치인의 인간적인 매력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평이 있는가 하면, ‘이미지 메이킹·자기포장에 불과하다’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우리가 남이가’의 다음 게스트가 또 다른 정치인(안민석 의원)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소통’을 빙자한 ‘정치 쇼’는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새벽부터 스튜디오에서 음식을 준비해 놓고서는 막상 소통하려는 상대방에게 도시락을 건네주는 사람은 김 의원이 아니라 MC들이라는 점도 의문이었다.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고 있고, 연예인들이 도시락을 가져와 게스트의 정성을 전달해주기까지 하는 상황에서 소통하기 곤란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분 머릿속에 다른 사람들도 많을 텐데 왜 저에게 도시락을…”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화합을 얘기했지만 과연 이것이 쌍방향적 소통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았다.

MC들의 호흡은 좋았다. 박명수는 거침없는 개그로 분위기가 지루하게 흐르려는 순간을 다시 쫄깃하게 잡아줬다. 전현무는 이 같은 박명수의 개그를 능청스럽게 받으며 즐거운 기류를 이어갔다. 각각 ‘지일주 기자’라는 캐릭터와 ‘병아리 예능돌’이라는 캐릭터로 출연한 지일주, 상연도 신선했다.

‘우리가 남이가’의 취지는 근사하다. 방탄소년단의 ‘팔도강산’을 듣고 불통의 시대에 ‘소통 부엌’을 개설해 시청자들의 화합을 도모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성공의 관건은 한때 봇물처럼 쏟아졌던 ‘정치 예능”청치 쇼’가 아니라 건강한 쌍방향 소통을 계속 이어나가느냐다.

‘우리가 남이가’는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10분 tvN에서 방송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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