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슬기 기자]
영화 ‘골든글럼버’에 출연한 배우 강동원./사진=YG엔터테인먼트
영화 ‘골든글럼버’에 출연한 배우 강동원./사진=YG엔터테인먼트
“좀 손해 보면 어때요. 의미 있게 살아가는 게 중요하죠. 그런 면에서 ‘골든슬럼버’의 건우는 저랑 닮은 것 같아요.”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골든슬럼버’(감독 노동석)에 출연한 강동원이 이렇게 말했다. 극중 건우는 바보스러울 만큼 착한 인물이다. 누명을 쓰고 도망가는 가운데서도 피해를 끼친 사람들에게 일일이 사과한다. 항상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한다. 그는 “실제 나라도 그랬을 것”이라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건우가 바보스러울 만큼 착한 부분도 있지만 공감이 많이 됐어요. 피해를 줬으면 사과하고 최소한의 대책 마련을 해야죠.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면 무슨 의미가 있어요?”

‘골든슬럼버’는 7년 전 강동원이 원작소설을 접하고 영화화를 추진해서 탄생하게 된 작품이다. 그는 선량한 시민이 힘 있는 자들에게 이용 당해 한순간에 살인자가 된 억울한 사연을 다루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곳곳에서 알게 모르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말이다.

“뉴스만 봐도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요? 이 작품을 영화화 하는 동안 조사해봤는데 우리가 모르는 조작된 사건들도 많더라고요. 힘없는 소시민이 주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가는 과정을 담으려고 했습니다.”

배우 강동원은 “소설 ‘골든슬럼버’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날까봐 무서웠다”고 말했다./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배우 강동원은 “소설 ‘골든슬럼버’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날까봐 무서웠다”고 말했다./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겁도 났다고 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때문이었다. 강동원은 “소설 속 이야기가 실제 우리에게 일어날까봐 무서웠다”고 했다.

“사실 이 이야기를 처음 제안했을 때만 해도 허무맹랑한 소설이었습니다. 그런데 촬영이 시작될 때쯤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소설처럼 우리도 모르게 타깃이 되는 게 아닌가’라는 걱정을 했죠. 하지만 별 탈 없이 촬영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강동원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전작인 영화 ‘1987’에 이한열 열사로 특별출연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그는 여전히 ‘1987’의 여운을 안고 있었다.

“‘1987’은 유독 힘든 작품이었어요. 머리로는 연기라는 것을 알지만 감정이 섞이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사실 아직도 그 아픔을 다 털어내지 못했어요. 이한열 열사 어머니를 만나 치유 받고 있는 중입니다.”

강동원은 오는 3월, 할리우드 영화 ‘쓰나미 LA’ 촬영을 앞두고 있다. 충무로를 넘어 할리우드까지, 활동 영역을 본격적으로 넓히기 시작했다.

“할리우드 진출은 2016년 초부터 시도했던 것 같아요. 틈만 나면 오디션 테이프를 보내고 미국 갈 때마다 오디션을 봤죠. 큰 시장에 한 번 가보고 싶었어요.”

강동원이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싶은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 영화 제작 환경 개선을 위해서다.

“제작 환경이 개선되려면 돈이 있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영화가 국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개봉돼야 하는데 결국 배우가 유명해져야 가능한 거죠. 영화 발전을 위해 배우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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