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신곡 ‘안되나용’을 발표한 코미디언 김영철 / 사진=이승현기자 lsh87@
신곡 ‘안되나용’을 발표한 코미디언 김영철 / 사진=이승현기자 lsh87@
“그 곡 (김) 영철이 줘~”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서 자신이 만든 곡을 소개하는 가수 홍진영에게 윤종신이 이렇게 말했다. 모두가 호탕하게 웃으며 넘어갔지만 정작 출연하지 않은 김영철은 진지했다. 곡 작업은 거침없이 빨리 진행됐다. 지난해 4월 20일 홍진영이 만들고 김영철이 부른 트로트곡 ‘따르릉’이 세상에 나왔다. 윤종신의 한마디로 가수로 데뷔한 김영철은 작년 12월 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 제아와 부른 듀엣곡 ‘크리스마스 별거 없어’도 내놨다. ‘깜짝 변신’은 지난 2월 ‘안되나용’을 발표하며 정점을 찍었다. 김영철의 유쾌한 매력을 듬뿍 살린 이 곡은 음원사이트 멜론의 트로트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방송인 송은이가 연출을 맡은 뮤직비디오는 조회 수 200만 건에 육박한다. 연달아 세 곡을 발표하며 가수의 꿈을 이룬 김영철은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안되나용’을 외쳤다.

10. ‘안되나용’의 인기는 예상했나요?
김영철 :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형님’의 프로젝트에서 나온 곡이어서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프로그램 덕을 봤죠.(웃음)

10. ‘아는형님’의 특집 방송을 위해 만든 곡입니까?
김영철 : 사실 지난해 연말에 제아와 부른 듀엣곡 ‘크리스마스 별거 없어’를 녹음하기 전에 받은 곡이에요. ‘안되나용’을 만든 작곡가가 가수를 찾으면서 여러 명을 생각했는데, 저를 추천받은 거예요. 마침 ‘아는형님’과 회의를 하면서 이야기를 했고, ‘뮤직비디오 대전’이란 특집이 만들어졌죠.

10. 곡이 좋은데, 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조바심이 나지는 않았나요?
김영철 : 촐싹거리고 싶었지만 순서는 기다리면 오는 거니까요.(웃음)

10.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보다 더 자주 신곡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김영철 : 그렇지 않아도 미스틱의 조영철 대표를 만났는데 그러더군요.(웃음) 브라운아이드걸스 나르샤도 문자로 ‘우리보다 더 자주 나온다’고 하고요. 아하하. 원성을 사지 않을까 살짝 걱정도 되네요.

10. 모든 게 ‘따르릉’부터 시작됐죠?
김영철 : ‘따르릉’은 ‘라디오스타’에서 갑자기 받게 된 노래죠.(웃음) 윤종신이 홍진영의 신곡을 저에게 주라고 하면서요. 아하하. 본방송을 보지 못했는데 방송 다음날 라디오 청취자들이 ‘홍진영에게 전화해서 무조건 한다고 하세요’라고 문자를 보내주시는 거예요. ‘뭘 하라는 거지?’ 싶어서 영상을 찾아보고 알았죠.(웃음) ‘따르릉’으로 음악 방송에 출연하면서도 뭐가 뭔지 잘 몰랐어요. 카메라를 어디 봐야 할지도 몰랐다니까요. 라붐의 솔빈이 알려줬어요. 카메라의 불이 들어오는 곳으로 계속 시선을 바꿔줘야 한다고요. 그전엔 그냥 앞만 보고 노래했어요. 제대로 해보고 싶어서 보컬 레슨을 해볼까도 생각했는데, 주위에서 만류하더군요. 저만의 색깔이 없어진다고요, 하하.

10. 가수로 음악방송에 출연했을 때 주위 반응은 어땠나요?
김영철 : 김숙이 ‘이번 한 번만 내고 안하는 게 좋다’며 메시지를 보냈어요. 그러더니 ‘따르릉’의 방송을 보고 ‘그냥 해라. 너무 행복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아하하. 저도 무대에 설 때 정말 행복해요. 사실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가수를 꿈꿨거든요. ‘부산가요제’도 나가보고 그랬어요. 그 꿈을 이룬 거잖아요. 정말 재미있어요.

김영철은 “미국 진출이 목표다. 실패는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 사진=이승현기자 lsh87@
김영철은 “미국 진출이 목표다. 실패는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 사진=이승현기자 lsh87@
10. 그동안 숱하게 무대에 올랐는데 가수로서는 또 다른 짜릿함이 있나 보군요.
김영철 : ‘따르릉’을 부를 때 ‘내 탓을 하지마’하면 객석에서 ‘헤이!’라고 호응해주세요. 온몸에 전율이 흐르죠. 울산에서 열린 MBC ‘쇼!음악중심’을 촬영할 때도 많은 관객들이 따라 불러줬죠. ‘이래서 가수들이 공연을 하는구나’ 싶었어요.

10. 라디오 DJ를 하고 있으니 자신의 노래를 들면서도 실감 나죠?
김영철 : 제 노래를 소개할 때 어색하고, 머쓱해요.(웃음) 청취자들은 ‘안되나용’이 발표되자 ‘또 얼마나 들어야 하냐’고 하더군요. 아하하.

10. 원하는 것을 하나씩 이루가는 중이군요.
김영철 : 주위에서 운이 좋다고들 해요. 저는 어머니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요. 살면서 꾀를 부리지 않아요. 오전 7시 라디오를 생방송으로 하면서 누구보다 아침을 일찍 열고, 영어학원도 성실하게 다닌 결과물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미스틱에 들어오면서 더 잘 풀리고 있어요. 그러고보니 다짐했던 일, 입으로 뱉어낸 일들을 하나씩 이뤄가고 있네요.(웃음)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는데, 저는 네 번째 발가락까지 알게 하거든요. 아하하. 이렇게 하고 싶은 걸 이야기 하면 이뤄집니다.

10. 가수 활동도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꿈꾸던 일인가요?
김영철 : 언젠가 윤종신에게 영상 편지를 보낼 일이 있었어요. 그때 그랬죠. “4월, 8월 12월을 비워둘 테니 ‘월간 윤종신’을 시켜달라”고요. 아하하. 윤종신은 “웃기기나 해”라고 했지만, 홍진영의 ‘따르릉’을 듣자마자 “영철이 줘”라고 한 걸 보면 생각하고 있었나 봐요. 미스틱에 들어왔으니 ‘월간 윤종신’은 한 번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10. 항상 긍정 기운이 넘치지만 지칠 때는 없나요?
김영철 : 사실 지난해 라디오로 상을 받았어요. 청취율도 SBS 라디오 전체에서 3등을 했죠. 꿈과 목표를 이루고 나서인지 조금 지치더라고요. 그때 뮤지컬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정성화를 만났어요. “지친다”고 털어놨죠. 그랬더니 아직 1등 아니니까 정신차리라고 하더군요. 여전히 제가 라디오 하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고요.(웃음)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아하하. 금세 다시 돌아왔죠. 살짝 기운이 떨어질 땐 여행도 가고, 고향 친구들도 만나면서 힘을 얻어요.

가방에 항상 영자신문을 들고 다니는 김영철. / 사진=이승현기자 lsh87@
가방에 항상 영자신문을 들고 다니는 김영철. / 사진=이승현기자 lsh87@
10. 긍정적인 건 타고난 거죠?
김영철 : 한의원에서 체질 검사를 했어요. 보통 연예인들은 어느 정도 우울감을 갖고 있는데 저는 전혀 없다고 하더군요. 하하. 조금 소심하고 걱정이 많은 성격이긴 해요.

10. 매일 라디오에 노래까지, 목청도 타고났죠?
김영철 : 그런 것 같아요.(웃음) 오전 7시 라디오를 하기 전 매일 6시 20분부터 20, 30분씩 전화로 영화 회화를 해요. 그렇게 목을 풀죠. 관리도 잘하려고 해요. 밖에서 밤 12시를 넘기지 않고, 목 마사지도 해주고요.

10. 영어를 배우는 목표는 미국 진출인가요?
김영철 : 미국에 진출한 가수, 배우들은 많지만 코미디언은 없었잖아요. 그래서 K코미디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영어를 시작했어요. 미국 드라마의 오디션도 보고 있어요.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들겠다는 게 아니라 영어를 배웠으니 도전해보려는 거예요. 결국 웃음은 하나라고 생각해요. 풀어가는 방식이 다를 뿐이죠. 미국의 어느 시상식에서 드라마 조연상을 받는 상상을 해요. 상상하면 이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하하. 미국 진출에 실패하면요? 그럼 다시 “(조혜련 말투로) 실패했잖아!”하면 되죠.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 않고 뭐든 하려고 하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요. 언제나 스물두 살처럼 살고 싶어요.

10. 남자 김영철의 목표도 궁금합니다.
김영철 :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했을 때 점 봐주시는 분이 올해 결혼할 거라고 했거든요? 10개월 밖에 안 남았는데…(웃음) 트로트 가수로서는 올해 몇 곡 더 발표하고 싶습니다. 김형석, 윤일상, 조영수, 박진영 작곡가에게 곡 의뢰도 하고 싶고요. 아하하.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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