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염력’ 스틸 / 사진제공=NEW
영화 ‘염력’ 스틸 / 사진제공=NEW
국내에선 블록버스터로 제작되기 힘든 장르 중 하나가 코미디다. 그런 점에서 ‘염력’은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받았다. 결과적으로 ‘염력’은 블록버스터 코미디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염력’은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 아빠 석헌(류승룡)과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빠진 딸 루미(심은경)가 세상에 맞서 능력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루미는 집을 나간 아빠를 대신해 엄마와 둘이 살며 청년 사업가로 성장한다. 하지만 동네가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게 될 위기를 맞는다. 우연히 초능력을 갖게 된 석헌은 과거 자신의 책임감 없던 행동을 반성하며 딸을 위해 능력을 쓰기로 다짐한다.

마냥 탄탄대로는 아니다. 루미는 갑작스럽게 찾아와 자신의 삶에 간섭하는 석헌의 태도가 불만이다. 석헌은 딸의 마음도 초능력도 능숙하게 다룰 줄 모르는 상태다. 주민들을 위협하는 민 사장(김민재)·홍 상무(정유미)의 뻔뻔함은 하늘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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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이라는 비현실적 소재에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녹여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야기 전반에 녹아든 유머 코드는 쉴 새 없이 관객들을 웃긴다.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이 안에는 1차원적 몸개그부터 독특한 캐릭터의 성향이 불러오는 웃음, 블랙코미디 요소까지 담겼다. 다채로운 코미디가 영화의 정체성을 완성해 준다. 석헌 역의 류승룡은 몸개그를 담당한다. 초능력을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아 생기는 어설픈 몸짓들이 관객들을 웃긴다. 특히 온 동네의 고물을 초능력으로 끌어오는 장면에서 그는 손가락, 발가락도 모자라 혀까지 사용한다. 과한 동작이지만 어색하지 않게 소화하는 건 류승룡 특유의 재치 덕분이다.

석헌의 능력을 두고 뉴스에 출연한 한 전문가는 “북한의 소행”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편다. 홍 상무는 살벌한데 사랑스러운, 정의하기 힘든 악당 캐릭터로 재미를 더한다.

이야기는 결국 인간의 기본적인 감성인 부성애로 귀결되며 감동까지 선사한다. 서양의 히어로들처럼 멋진 수트는 없는 배불뚝이 아저씨이지만 딸을 위해 분투하며 스스로도 성장하는 모습은 충분한 개연성을 만들어낸다.

오늘(31일) 개봉. 15세 관람가.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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