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종현의 ‘Poet ? Artist’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종현의 ‘Poet ? Artist’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반짝 반짝 빛나는 아이돌(idol), 감각적인 보컬의 싱어(singer), 따뜻한 감성을 가진 송 라이터(song writer)… 지난해 12월 하늘의 별이 된 고(故) 종현은 여러 방면의 재능을 타고난 덕분에 이렇게 다양한 이름들로 불렸다. 그런 종현이 이 모든 이름으로서의 이야기를 한 앨범에 담았다. 그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선물 ‘Poet | Arist’가 지난 23일 발표됐다.

앨범의 제목인 ‘Poet | Artist’는 종현이 생전 자신의 뒷목에 타투로 새긴 문구로 알려졌다. 시인(poet)은 종현의 꿈이었으며 아티스트(artist)는 대중이 알고 있는 종현의 위치를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시인을 꿈꿔온 젊은 예술가 종현의 능력이 한껏 발휘된 것이 이번 앨범이다. 앨범에 수록된 11트랙 중에서 종현은 아홉 곡의 작사·작곡에 참여하며 창작자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일렉트로 신스 팝이나 퓨처 R&B, 펑크 소울 등 트렌디한 장르부터 어쿠스틱 발라드와 같은 대중적인 장르까지 다양하다. 특히 트로피컬 소스와 트랩 리듬이 가미된 일렉트로 팝 장르의 타이틀곡 ‘빛이 나(Shinin’)처럼 한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소스와 사운드를 섞어 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 것이 인상적이다.

소재와 주제도 다양하다. 악플러들의 심리를 냉소적인 가사로 표현한 ‘와플’, 지우고 싶은 기억을 흰 셔츠에 묻은 때로 비유한 ‘기름때(Grease)’,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장면과 사람들을 구경한다는 내용의 ‘사람 구경 중(Sightseeing)’에선 현실을 비틀어 바라보는 종현만의 독특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타이틀곡 ‘빛이 나’를 비롯해 ‘환상통’ ‘Rewind’의 가사는 공감각을 일으키는 종현의 뛰어난 발상을 보여준다. ‘Sentimental’과 ‘우린 봄이 오기 전에’에서는 많은 음악 팬들이 사랑했던 종현의 따뜻하고 섬세한 표현들이 돋보인다.

싱어로서 한층 발전한 종현의 보컬도 인상적이다. 곡의 분위기에 맞는 색깔을 내는 목소리, 진성과 가성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기술과 적절히 호흡을 섞어 부르는 창법이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어쿠스틱 발라드 곡 ‘우린 봄이 오기 전에’에서는 감정을 폭발시키는 대신 절제하며 애틋한 느낌을 배가시켰다.

타고난 데다 뛰어나기까지 한 예술가였다. 종현과의 이별은 여전히 믿기지 않지만 그는 음악으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종현이 남긴 마지막 선물이자 기록인 ‘Poet | Artist’는 현재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앨범의 수익금은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재단 설립에 쓰일 예정이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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