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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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장재인(26·사진)의 출발은 2010년 Mnet ‘슈퍼스타K2’였다. 통기타를 둘러메고 나온 열여덟 살 소녀는 무대에 철퍼덕 주저앉아 눈을 감고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을 근사하게 불렀다. 독특한 음색의 소녀가 부르는 포크 음악은 단번에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는 당시 참가자와 심사위원으로 인연을 맺은 가수 윤종신이 대표 프로듀서인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이하 미스틱)에 2013년 둥지를 틀었다. 최근 윤종신이 지은 ‘버튼(BUTTON)’을 발표한 장재인을 서울 한남동 미스틱 사옥에서 만났다.

“‘버튼’은 선생님(윤종신)이 작사·작곡하고 조정치 오빠가 편곡한 포크 장르의 곡입니다. 선생님이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를 보고 가사의 영감을 얻었다고 해요. 갖가지 첨단기술을 사용하는 미래 사회의 모습을 여러 이야기로 풀어냈는데 그중 ‘기억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이별한 남성의 처절한 마음을 담은 발라드 곡 ‘좋니’로 인기를 얻은 윤종신은 장재인의 목소리를 빌려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는 “최근 쓴 노래 중 가장 좋아한다”며 ‘버튼’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이별 후 버튼 하나로 아픈 기억, 슬픈 추억을 잊을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면서 썼다고 한다.

제목뿐만 아니다. 가사에는 ‘센서’ ‘비상 버튼’ 등 낯선 단어들이 나온다. ‘귀 바로 뒤에 예쁜 버튼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 누르면 널 건너뛰어’에서는 윤종신의 의도가 묻어난다. 공상과학 소설 같은 이야기에 생소한 단어지만, 묘한 분위기를 띠는 장재인의 올곧은 음색과 어우러져 멋지게 완성됐다. 윤종신은 “장재인은 시대 흐름에 휩쓸리지 않는 음악과 화법을 갖고 있다”며 “그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장재인은 “선생님은 늘 앞서가는 노랫말을 쓴다”고 했다. “버튼을 누르면 특정 장면이 저장돼 나중에 꺼내 볼 수 있고, 또 사라지게도 하지요. 지난해 9월 ‘월간 윤종신’에 가창자로 참여한 ‘아마추어’란 곡은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대한 가사였어요.” 장재인은 이 같은 시도는 늘 자신을 통한다며 스스로를 ‘윤종신의 뮤즈 혹은 페르소나’라고 불렀다.

장재인은 ‘슈퍼스타K2’에 출연했을 때는 물론 지난해 4월 자작곡 ‘까르망’을 발표했을 때보다 훨씬 밝은 모습이었다. 그는 2013년 근육의 불규칙한 수축에 의해 신체 일부가 꼬이거나 몸이 굳는 ‘근긴장이상증’을 앓았다. 기타나 첼로 등을 다루는 음악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는 “많이 좋아졌지만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가사처럼 지우고 싶은 순간이 있느냐고 묻자 “누구나 아프고 슬픈 기억을 안고 성장한다”고 했다.

미스틱의 새해 첫 주자로 신곡을 발표한 장재인은 “첫째도 둘째도 음악 실력을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젠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만족스러운 음악을 위해 욕심도 내고, 고집도 부릴 겁니다. 저만의 개성인 ‘자유로움’을 살리면서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직접 프로듀싱에 참여한 음반을 내놓고 싶습니다. 미스틱은 저에게 음악을 배울 수 있는 천국이에요. 이젠 배움을 실행에 옮길 때인 것 같습니다. 하하.”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