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양세형/ 사진=텐아시아DB
양세형/ 사진=텐아시아DB
양세형이 날개를 달았다. 본업인 코미디는 물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펄펄 날며 어디서든 제 몫을 다 해낸다. 최근에는 MBC ‘무한도전’과 SBS ‘집사부일체’ 등 주말 황금시간대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하며 또다시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요즘 그에게선 ‘여유’와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양세형의 개그감과 예능감은 어디서 퍼올린 것일까.

가장 강력한 무기는 타고난 ‘센스’

타고난 ‘끼’를 무시할 순 없다. 양세형은 2003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SBS 공채 7기에 합격했다. 2004년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 출연한 Mnet ‘뻔뻔개그쇼’에서 전무후무하게도 5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개그 지망생들이 대거 출연한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남다른 아이디어와 타고난 센스를 발휘하며 시청자들에게 ‘양세형’이란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다. 1년 뒤 SBS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 화상고 코너로 데뷔해 ‘쭤뻐쭤뻐’ 라는 유행어를 남기며 무섭게 떠올랐다. 이후 ‘신인의 한계’ ‘몽키 브라더스’ 등 다양한 코너에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센스 넘치는 개그로 사랑받았다. ‘웃찾사’가 ‘개그콘서트’를 압도하던 시절, 그는 21살 나이에 프로그램의 중심에서 인기를 견인했다.

군 제대 후 합류한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초창기 ‘라이또-게임폐인’ 코너에서 “자리주삼!” 등의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특히 대표작 ‘직업의 정석-양세바리’를 통해 탄생시킨 ‘바리바리 양세바리 에블바리 쉑더바리’는 그를 상징하는 퍼포먼스가 됐다. 또 ‘BJ 강속구’로 시대적 유행어가 된 ‘지리구요, 오지구요’를 탄생시켰다. 최근에는 ‘컴funny’로 1위를 차지했다. ‘코미디 빅리그’에서 그가 이끄는 코너는 대부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양세형의 라이벌은 양세형’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자신의 주무기인 센스를 발휘하며 ‘진짜 웃기는 개그맨’임을 증명하고 있다.

예능에서도 그의 활약은 눈부시다. ‘무한도전’ ‘집사부일체’ 등에서 툭툭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웃음 폭탄이다.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특성상 기본 뼈대를 제외하고 정해진 대사는 거의 없다. 대부분이 애드리브인 상황에서 양세형의 센스는 더욱 빛을 낸다.

‘면접의 신’ 특집으로 지난주 방송된 ‘무한도전’에서는 ‘실내화로 행복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더니 “똑똑똑. 실내?니다” 라는 문구를 제안하며 시청자들에게 놀라움과 웃음을 동시에 던졌다. 또 제과회사 면접에서는 매운 낙지로 만든 만두 신제품의 이름을 지어달라는 요청에 “씨뻘건 낙지가 들어간 매운 만두’를 줄여서 ‘시뻘만두’ 라고 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어감상 발음을 잘해야 할 것 같다”는 면접관들의 지적에 “시벌만두”라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앞서 ‘뗏목 한강 종주’ 특집에서는 예능감이 떨어진 박명수와 정준하를 향해 “‘코빅’ 막내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애드리브를 던져 현실로 만들었다. 박명수, 정준하는 지난해 12월 17일 방송된 ‘코미디 빅리그’에서 ‘하와 수’ 코너를 선보였다. 두 사람은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여러 번의 수정과 심사를 거쳐 코너를 완성했다. 양세형의 센스 있는 한 마디가 ‘특집’ 하나를 만들어 낸 셈이다.

‘무한도전’ ‘집사부일체’에서 활약하고 있는 양세형/ 사진=방송화면
‘무한도전’ ‘집사부일체’에서 활약하고 있는 양세형/ 사진=방송화면
비장의 무기는 ‘회복탄력성’

양세형은 이른바 ‘깐죽 대마왕’이다. 센스 있는 한 마디는 깐죽거림부터 시작된다. 깐죽거림은 덩치가 큰 사람보다 작은 사람에게 어울린다. 하지만 자칫 밉상으로 낙인 찍힐 수도 있다. 하지만 양세형은 자신의 핸디캡을 개그로 승화시키며 극복해냈다. 특유의 애드리브와 순발력을 더해 ‘웃음’을 유발한다. 그래서 깐죽거림을 당하는 이들이나 시청자나 밉기보다 재미있다.

이처럼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고 시련과 실패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튀어 오르는 ‘회복탄력성’은 그가 가진 비장의 무기다. 양세형은 ‘웃찾사’로 전성기를 구가할 때 ‘이왕 갈 거면 일찍 가자’며 군에 입대했다. 하지만 제대하고 돌아와보니 유일한 무대였던 ‘웃찾사’가 폐지돼 사라져 버렸다. 화려한 복귀를 꿈꿨던 그에게 시련이 닥쳤다. 섭외 전화가 오지 않았고, 라면 하나로 하루 끼니를 때웠다. 운 좋게 출연한 ‘도전 1000곡’에서 장기자랑으로 받은 로봇청소기를 처분해 생활비로 썼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주저 앉지 않았다. 실력으로 승부했다. ‘코미디 빅리그’에 합류하면서 다시금 날개를 달았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면서 예전 전성기를 되찾으려던 그는 또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2013년 연예인 불법도박 사건에 연루돼 벌금형을 받고 자숙의 시간을 갖게 됐다. 그로부터 1년 뒤, 그는 도박사건에 연루된 연예인들 중 가장 먼저 방송에 복귀했다. 그는 ‘코미디 빅리그’ 녹화 현장에서 팬들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제작진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재능 있는 개그맨이다. 반성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한 번의 기회 정도는 다시 주는 것이 맞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너무 빠른 복귀 아니냐’는 질타도 받았지만 그는 ‘코미디 빅리그’를 중심으로 실력을 발휘하며 묵묵히 활동했다. 결국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며 조금씩 용서 받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2016년 양세형은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에피소드를 대방출하며 특유의 입담과 예능감으로 주목 받았다. 그간 케이블과 종편에서 주로 활약했던 그가 본격적으로 지상파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다. 결국 그는 정식 멤버로 인정받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는 ‘무한도전’ 고정 멤버 자리를 꿰찼다. 노홍철, 정형돈 등 기존 멤버들의 하차와 새 멤버 광희의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무한도전’은 양세형의 합류로 ‘젊은피’를 수혈하며 힘을 받았다.

지난주 방송된 ‘집사부일체’에서는 예능초보 이상윤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재밌게 할 수 있느냐”고 묻자 양세형은 “나처럼 되려면 많이 맞아야 한다. 이 정도 경지에 오르기까지 정말 많이 맞았다”고 뼈 있는 조언을 했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오직 ‘웃음’ 만을 생각한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그랬다. 오직 ‘웃음’을 주고자 달렸다. 양세형이 잘되는 이유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