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진 기자]
사진=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 방송화면
사진=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 방송화면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 이준호와 나문희가 가슴 아픈 이별을 맞았다.

지난 15일 방송된 ‘그냥 사랑하는 사이’(연출 김진원, 극본 류보라, 이하 ‘그사이’) 11회에서 뇌종양을 앓던 할멈(나문희)이 결국 세상을 떠났다. 끝까지 강두(이준호)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을 남겼던 할멈의 따뜻한 마음과 빈자리를 매순간 아파하는 강두의 절절한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이날 방송에서 할멈은 급격히 상태가 악화돼 수술에 들어갔지만 깨어나지 못했다.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경과를 보고 호흡기를 제거한다는 재영(김혜준)의 설명을 강두는 납득할 수 없었다. “살려내라”고 몸부림쳤지만 “이렇게 하면 너 할머니 못 본다”는 문수(원진아)의 말에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온 몸을 떨면서도 할멈의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 들어간 강두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모른 척 하지 말고 욕이나 한 바가지 해줘. 할멈인 거 알아차리게”라고 애써 밝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치료실을 나온 강두는 결국 무너져 내렸다.

장례를 치른 후 무기력함에 빠져있던 강두는 할멈의 편지를 쫓아 남겨진 일들을 하나씩 마무리했다. 할멈은 소유하고 있던 토지를 강두에게 증여했다. 고민하던 강두는 추모 공원을 바이오타운에서 가장 좋은 부지에 세우기로 결심했다. 할멈이 남긴 부탁들을 지워갔지만 ‘있는 힘껏 행복해라’는 당부만은 지킬 자신이 없었다. 할멈의 가게에는 강두가 기억하는 할멈의 흔적과 할멈을 추억하는 사람들의 흔적들이 있었다. 그리움에 가게를 찾은 문수, 마리(윤세아), 상만(김강현), 재영, 외국인 노동자는 각자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를 꺼내 할멈을 추억했지만 강두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직 할멈을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 이를 눈치 챈 문수는 강두의 곁으로 되돌아왔다. 버거운 슬픔에 고통스러워하던 강두는 그렇게 문수가 내민 손을 드디어 잡았다.

강두와 할멈의 이별은 따뜻했고, 그만큼 뭉클했다. 강두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는 할멈은 떠나는 길에도 강두에게 꽃길만을 남겨주려 했다.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바이오타운 건설 부지를 강두에게 증여한 할멈은 빚부터 갚고 통장을 만들어 넣어두라는 말까지 남겼다. 금전적인 것만이 아니었다. 강두에게 남긴 부탁의 마지막은 “있는 힘껏 행복해라”는 당부였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배려하느라 자신의 행복은 놓치고 사는 강두가 걱정된 할멈은 삶에 꼭 필요할 조언이자 명령을 남겼다. “아주 네 멋대로 살아라”는 말은 유언처럼 강두의 삶에 남았다.

가족이자 친구였고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할멈을 떠나보낸 강두의 절절한 슬픔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사람이 죽으면 가장 예뻤을 때로 돌아간대. 할멈 신랑 할멈한테 반할거야”라는 강두의 마지막 인사 역시 할멈이 편안히 떠날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함에서 비롯된 것이었기에 눈물샘을 자극했다. 두려움에 화를 내다가도 그리움에 눈물을 흘리고 무기력해지는 강두의 변화는 아픔의 무게를 생생하게 드러냈다. 주원의 애도에 “오래 살았으면 죽어도 괜찮은 건가? 세상에 좋은 죽음도 있어요?”라고 항변하는 강두의 말처럼 그 어떤 죽음도 결코 무뎌질 수 없는 아픔이었고, 강두에게는 “아무래도 위로할 수 없는 지극한 슬픔”이었다.

할멈이 떠난 자리에는 여전히 할멈이, 그리고 남겨준 많은 사람들이 남아있었다. 떠나고 나서야 강두가 정숙희라는 이름을 알게 됐듯 할멈의 지난했던 인생이 남아있는 사람들 사이에 추억됐다. 과거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할멈을 통해 위로받고 치료받은 사람들의 존재였다. 할멈의 따뜻함이 마지막을 온기로 물들였다. 그리고 끝까지 깊이 있는 연기로 채워준 나문희의 존재감이 있었기에 할멈의 마지막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사이’ 12회는 오늘(16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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