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 한경텐아시아 기자
이승현 한경텐아시아 기자
“제가 하고 싶은 일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것을 하루 종일 적었어요. 수많은 것들을 지우고 남은 건 진짜 하고 싶었던 음악과 저를 있게 해준 팬들의 응원이었습니다.”

지난해 그룹 인피니트에서 탈퇴하고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 이호원(26·사진)의 말이다. 그는 팀 활동 때 썼던 ‘호야’라는 이름 대신 본명으로 MBC 월화드라마 ‘투깝스’와 지난해 12월 개막한 뮤지컬 ‘모래시계’에 출연 중이다. MBC ‘자체발광 오피스’와 SBS ‘초인가족’ ‘가면’ 등의 드라마에는 출연했지만 뮤지컬은 데뷔 후 처음이다. 1995년 방송된 SBS 동명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데다 배우 이정재가 연기했던 경호원 재희 역할이어서 부담이 컸다. 최근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이호원을 만났다.

“사실 뮤지컬을 먼저 하기로 해서 드라마는 고사하려고 했어요. 무슨 일을 할 때 한 가지에 집중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몸이 고생하더라도 한번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다시 처음부터 한다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이호원은 지난해 7년간 몸담았던 소속사를 나오면서 드라마 출연은 물론 가수로서도 무대에 설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저 음악을 한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왔는데 문득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난해 초 ‘나’가 없어지고 있다고 깨달은 순간, 앞으로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후회 없이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속사, 동고동락했던 팀 동료들, 항상 붙어 다니던 매니저 등이 한순간에 사라지니 막막했다. 세무서, 은행 가는 일도 버거웠다. 3개월 동안 칩거하며 고민을 거듭했다. 그는 “가수 에릭남의 추천으로 공책에 하고 싶은 것을 적고 포기할 수 있는 일을 지웠다. 돈과 명예, 인기를 지웠는데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던 리듬앤드블루스(R&B) 음악과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팬들은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세상으로 다시 나온 이호원은 배우 지창욱이 있는 글로리어스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었다. 의외였다. 가수가 아니라 배우로 전향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더 후회하기 전에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법 규모가 큰 가요 기획사에서 연락이 오기도 했지만 진짜 하고 싶은 음악을 하려고 배우가 많은 소속사를 택한 겁니다. 가수들이 많은 기획사에선 음반은 빨리, 수월하게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제가 원하는 음악은 하기 어렵고 전과 비슷하게 흘러갈 테니까요.”

절실함으로 무장하니 좋은 기회들이 한꺼번에 찾아왔다. 드라마 ‘투깝스’와 뮤지컬 ‘모래시계’였다. 이호원은 “모래시계를 연습하면서 뮤지컬은 깊이가 있는 장르라는 걸 알았다”며 “연기, 춤, 노래 어느 하나 허투루 하는 게 없어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액션 장면이 많아 어릴 때 배운 태권도, 검도, 유도를 유용하게 써먹고 있다고도 했다.

이호원은 이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일 생각이다. 그는 “상반기에 발표할 신곡을 작업하고 있다. 가사와 안무까지 직접 만들고 있어서 열 배는 힘들지만 진짜 이호원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시원하게 웃었다.

김하진 한경텐아시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