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인터뷰 /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병헌 인터뷰 /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싱크로율이요? 회사 식구들이 평소 제 모습과 정말 비슷하다고 해요."

옷은 항상 트레이닝복, 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 껄렁하게 걸어 다닌다. '마스터', '남한산성' 등 전작에서 강렬하고 묵직한 연기를 선보인 이병헌이 이번엔 180도 다른 '동네 형' 캐릭터로 관객을 찾아왔다.

이병헌, 박정민 주연의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은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 분)와 서번트증후군 동생 '진태'(박정민 분)가 난생처음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병헌은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고 "나는 조하와 여러 면에서 많이 닮았다. 지인들도 실제 내 모습과 비슷하다더라. 그래서 '진짜 나를 잘 아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극 중 이병헌은 겉으로 무뚝뚝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속정이 깊은 반전 매력을 지닌 '조하' 역으로 분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캐릭터다. 어떻게 해야 많은 돈을 벌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전단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가 밝힌 실제 모습과의 싱크로율은 50% 이상. 젊은 관객에겐 의외의 모습, 오랜 팬들에겐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익숙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병헌은 이번 캐릭터가 자신의 주 종목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인물은 상상에 의존해 연기하지만 이번엔 생활 연기이기 때문에 즐겁고 편하게 했다"며 "시나리오의 정서가 현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별의별 아이디어가 다 나왔고, 정말 많이 웃으면서 촬영했다. 나의 애드리브가 많았지만 사실 질이 높은 애드리브를 한 건 정민이었다"고 밝혔다.
이병헌 인터뷰 /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병헌 인터뷰 /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제공
극 중 이병헌의 명장면은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신이다. 와인을 마시다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브레이크 댄스를 선보이는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댄스 실력으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며 큰 웃음을 안긴다.

이병헌은 "그 집에 얹혀살아 위태로워 보이지만 엄마와 화해의 무드가 생기는 순간이다. 평생 처음으로 가족애와 따뜻함을 느끼는 장면"이라며 "윤여정 선생님과 계속 애드리브를 하면서 완성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이병헌은 동생 '진태' 역의 박정민과 찰떡 호흡으로 영화의 재미를 높였다. 진태에게 복싱을 가르쳐주다 방심한 사이 얼굴을 맞고 코피를 흘리는가 하면, 해외에 편도로 갈 거냐는 친구의 물음에 "비행기로 간다니까"라고 답하는 등 유쾌한 장면들이 관객을 웃음 짓게 한다.

이병헌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재미있는 부분에서는 관객을 확실히 웃겨야겠다는 생각이었다"면서 "하지만 선을 넘어 억지웃음을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과잉되지 않게 늘 조심하려 했다"고 밝혔다.

후반부엔 감동 코드가 많이 담겼다. 조하는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린 엄마에 대한 원망을 털어놓은 뒤 펑펑 울고, 시간이 흐를수록 진태에게 마음을 열며 진짜 형제가 되어간다.

이병헌은 "디테일한 건 캐릭터에 젖어 상황에 스며들었을 때 자연적으로 파생되는 가지다. 동작과 표정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나오게 되는 것"이라며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진짜로 그 감정을 갖기 위해 발버둥 친다"고 깊은 감정 표현의 비결을 밝혔다.

이병헌이 출연한 '그것만이 내 세상'은 오는 17일 개봉한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