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여자친구 / 사진제공=쏘스뮤직
여자친구 / 사진제공=쏘스뮤직
“여러분이 우리를 쳐다보는 눈빛들이 정말 사랑스러워요. 앞으로도 그렇게 바라볼 수 있도록 ‘덕질’할 맛 나는 여자친구가 될게요.”

그룹 여자친구 엄지의 말이다. 그는 지난 7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여자친구 단독 콘서트 ‘Season of GFREIND’의 마지막 공연에서 이 같이 약속했다.

여자친구가 데뷔 3년 만에 처음 여는 단독 콘서트라 뜻깊었다. 더욱이 여자친구의 데뷔 기념일인 1월 15일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열려 감동이 남달랐다. 여자친구는 지난 6~7일 공연을 통해 6000여 명의 버디(여자친구 팬클럽)들과 함께 첫 번째 단독 콘서트를 개최, 데뷔 3주년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공연의 막을 올리며 “2018년의 시작을 여러분과 함께해 특별하다”고 한 여자친구는 “이 시간을 위해 정말 많이 준비하고 연습했다. 레전드 무대를 만들어보겠다”고 약속했다.

여자친구는 2015년 ‘유리구슬’로 데뷔해 쉼 없이 활동했다. 무려 3시간이 넘는 공연을 멤버 솔로 무대를 제외하고 여자친구의 노래로만 채울 수 있었던 비결이다. 엄지는 “첫 번째 앨범을 냈을 당시 행사에 가면 우리의 음악으로만 무대를 꾸미기가 부족했다. 그래서 선배들의 노래를 커버하기도 했다. 3년이 흘러 우리의 곡들로만 이 큰 공연장을 버디들과 채울 수 있다는 게 큰 감동이고 감격”이라고 말했다.

여자친구 / 사진제공=쏘스뮤직
여자친구 / 사진제공=쏘스뮤직
이번 공연은 ‘Season of GFIREND’라는 큰 틀에서 여자친구의 노래 스물세 곡을 각각 ‘GLASS’ ‘FLOWER’ ‘AWAKE’ ‘PARALLEL’이라는 테마로 나눴다. 여자친구와 팬들이 함께 보내온 사계절들이 떠오르는 구성이었다.

먼저 ‘GLASS’. ‘FINGERTIP’ ‘너 그리고 나’로 오프닝을 장식한 여자친구는 ‘핑’ ‘두 손을 모아’를 연이어 부르며 칼군무를 소화해 감탄을 자아냈다. 이후 ‘FLOWER’에서는 여자친구가 공중 그네를 타고 나타났다. 이들은 ‘여름비’의 발라드 버전과 ‘Mermaid’를 불렀다. 여자친구의 강점인 멤버들의 예쁜 음색이 도드라졌다. 이와 함께 반짝 반짝 빛을 내며 공연장을 가득 메운 버디들의 응원봉도 아름다웠다. “발라드로 버디들의 마음을 촉촉히 적신” 여자친구는 이어 “시원한 바람” 같은 곡들을 선보였다. ‘바람의 노래’와 ‘바람에 날려’다. 여기에 ‘봄비’로 여자친구만의 포근한 감성도 전했다.

이번 공연의 백미는 ‘AWAKE’ 파트였다. “지금의 여자친구를 존재하게 만들어준” 여자친구의 ‘학교 3부작’ 타이틀곡들을 연이어 부른 것. ‘유리구슬’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가 이어지자 공연장은 어느 때보다 큰 함성으로 가득 찼다. 노래를 마친 여자친구 역시 “단독 콘서트에서 연달아 부르니 느낌이 다르다. 인생을 노래한 느낌이다. 그래서 우리가 ‘인생친구’라고도 불린다”며 웃음 지었다. 여자친구는 이어 밴드와 함께 ‘나의 지구를 지켜줘’ ‘내 이름을 불러줘’ ‘RAINBOW + OUTRO’도 불렀다. 여자친구 음악 특유의 동화 감성과 오차 없는 칼군무, 빼어난 라이브 실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PARALLEL’ 파트는 버디들을 위한 깜짝 선물이었다. 여자친구 멤버들이 객석 2층에 나타나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들은 ‘하늘 아래서’를 부르며 객석 곳곳을 돌아다녔다. 버디들과 보다 가까이에서 인사를 나누고 사인볼을 선물했다. 여자친구는 자신들에게 뜨거운 환호를 보내주는 버디들에게 “오늘 공연을 가장 빛내주는 건 여러분의 함성”이라고 고마워했다. 여자친구는 다시 무대에 올라 ‘물들어요’ ‘LOL’ ‘이분의 일’ ‘귀를 기울이면’을 불렀다.

이번 공연은 여자친구의 다채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여자친구는 공연 중간 사전에 촬영된 인터뷰 영상을 통해 유쾌한 비글 매력을 발산했다. 멤버들이 서로의 실제 성격을 폭로하는 콩트를 준비한 것. 여자친구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웃음을 자아냈다.

폭로전 속에서도 멤버들은 서로의 장점에 엄지를 추켜세웠다. 예린은 신비에 대해 “이름처럼 신비롭다”고 했고 유주는 “예린 언니는 인간 비타민”이라고 말했다. 엄지는 유주를 “실력파 보컬, 모든 면에서 돋보이는 에이스, 흔히 말하는 ‘사기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은하는 엄지에 대해 “여자친구의 순수하고 깜찍한 막내”라고 애정을 보였고 소원은 “은하는 바른 말을 잘하고 섬세하다”고 칭찬했다.

여자친구 신비(맨 위 왼쪽부터) 소원 엄지 예린 유주 은하 / 사진제공=쏘스뮤직
여자친구 신비(맨 위 왼쪽부터) 소원 엄지 예린 유주 은하 / 사진제공=쏘스뮤직
여자친구의 반전 매력도 드러났다. 멤버들이 각자 준비한 솔로 무대를 통해서다. 멤버들은 각자 여자 솔로 가수들의 음악을 재해석해 선보였다. 여자친구의 음악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노래를 선곡해 눈길을 끌었다. 신비는 보아의 ‘No.1’으로 여자친구의 퍼포먼스 담당 다운 춤 실력을 뽐냈다. 소원은 선미의 ‘가시나’로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엄지는 아이유의 ‘스물셋’을 ‘스물하나’로 개사해 부르며 이른바 큐티 섹시의 정석을 보여줬다. 유주는 에일리의 ‘Heaven’을 불렀다. 도입부부터 전율을 일으키는 유주의 가창력이 돋보였다. 마지막으로 예린은 이효리의 ‘U Go Girl’로 상큼한 매력을 자랑했다.

이에 대해 여자친구는 “첫 번째 콘서트여서 무대를 꾸미는 데 있어 주인공은 팬들이라는 생각으로, 여러분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준비했다”며 “다채롭고 신나는 반전의 무대로 여러분에게 잊지 못할 시간을 선물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바람대로 버디는 180여 분의 콘서트 동안 여자친구가 선보인 다양한 무대들을 온몸으로 즐기며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이는 여자친구의 칼군무만큼이나 실수 없이 척척 이어지던 버디들의 응원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여자친구는 데뷔 3주년을 맞는 K팝 걸그룹으로서 자신들의 속내도 솔직히 털어놨다. 여자친구는 중소기획사 쏘스뮤직 소속 아이돌로 데뷔 당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청순’ 콘셉트에 그동안 보이그룹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칼군무’를 접목시킨 기획, 구멍 없는 실력, 무대 위에서 보이는 남다른 열정으로 ‘역주행 인기’를 얻는 데 성공했다.

여자친구 / 사진제공=쏘스뮤직
여자친구 / 사진제공=쏘스뮤직

리더 소원은 공연을 마무리하기에 앞서 “콘서트라는 게 멀게만 느껴졌다. 데뷔를 꿈꾸던 연습생 시절은 물론, 데뷔를 하고도 높은 벽들이 있었다. 데뷔도 해야 하고 팬들도 많이 만나야 하고… 언제 우리만의 콘서트를 열 수 있을까 막연했다. 좋은 멤버들, 사람들을 만나서 가능하게 됐다. 저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고마워했다.

또 유주는 “한 분 한 분, 자신의 인생에서 귀한 시간들을 내 찾아와줘 감사하다. 안무 숙지에 어려움을 겪는 편인데 버디들을 생각하며 연습하니 불가능할 것 같던 일들이 가능해졌다. 그만큼 여러분은 우리에게 초인적인 힘을 주는, 대단한 존재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각별한 팬 사랑을 보였다.

엄지 역시 “여러분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다. 여러분이 우리를 쳐다보는 눈빛들이 정말 사랑스럽다. 앞으로도 그렇게 볼 수 있도록, ‘덕질’할 맛 나는 여자친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여자친구는 멤버들의 소감을 끝으로 팬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가족사진을 찍은 것 같다”며 기뻐한 여자친구는 앙코르 곡으로 ‘기억해’ ‘그루잠 + OUTRO’ 등을 부르며 공연의 막을 내렸다.

이번 공연을 통해 오늘날의 여자친구를 있게 만든 음악, 열정, 그리고 팬들을 사로잡은 반전 매력과 유쾌함 등 여자친구의 모든 것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엄지의 말대로 ‘덕질’할 맛이 나게 하는 공연이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여자친구가 자신들의 음악으로 채워낼 앞으로의 계절과 그 계절들이 모여 만들어질 공연들이 더욱 기대된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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