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사진=tvN ‘화유기’ 포스터
사진=tvN ‘화유기’ 포스터
전국언론노동조합이(이하 언론노조)은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 제작 현장 추락 사고와 관련해 “드라마 제작 현장은 ‘일터’이며 안전과 노동인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정부와 CJ E&M에 대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견에는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과 김종찬 MBC아트지부장, Tvn 드라마 ‘혼술남녀’ 종영 후 스스로목숨을 끊은 (故) 이한빛 PD의 동생 이한솔, 김병철 노동상담팀장 등이 참석했다.

언론노조는 우선 지난해 12월 23일 경기 안성 일죽면의 한 세트장에서 발생한 ‘화유기’ 추락 사고의 발생과 경과를 상세히 밝혔다. 언론노조에 따르면 이날 새벽 1시경 CJ E&M이 지분 70%를 소유한 ‘화유기’ 제작사 JS픽쳐스의 이철호 미술감독이 당초 계획에 없던 샹들리에를 설치하도록 MBC아트 소속 소도구 담당 직원에게 요청했다. 당시 소품팀은 당일 업무를 마치고 철수 준비를 하고 있었던 터였다.

사고를 당한 직원은 나무 사다리를 밟고 천장 가까이 올라가서 작업하던 중 천장을 받치고 있던 각목과 판재가 부러지면서 엉덩이 부분부터 V자 형태로 추락했다. 이 직원은 이날 새벽 3시 20분경 척추 골절로 인한 하반신 마비, 두부 충격으로 인한 뇌출혈 증상을 보였다. 지난 3일 피해 직원은 일반 병실로 옮겼으며 의식은 또렷이 회복했으나 몸은 아직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

언론노조가 지난해 12월 28일 조사한 ‘화유기’ 사고 현장 사진. 사고 당시 및 이날 현재 사용했던 나무 사다리다. 이날 근로감독관은 사고 위험이 있는 나무 사다리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 사진제공=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노조가 지난해 12월 28일 조사한 ‘화유기’ 사고 현장 사진. 사고 당시 및 이날 현재 사용했던 나무 사다리다. 이날 근로감독관은 사고 위험이 있는 나무 사다리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 사진제공=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노조는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2시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고 후에도 현장 안전 대책이 없고 위험 요소가 가득했다”고 지적했다. 또 “제작사의 현장 책임자는 업무 지시가 아니라 ‘고지’였다며 책임을 회피했다”며 “고용노동부에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엄벌, 안전 확보 때까지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사고의 해결 과정은 드라마 제작 현장을 완전히 뜯어 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이를 위해 여섯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정부는 현재 제작 중인 모든 드라마 현장에 대한 긴급 실태조사를 실시할 것 ▲드라마 제작 현장은 ‘일터’로서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할 것 ▲CJ E&M은 구체적인 개선 방안과 이행 계획을 제작 종사자들과 시청자 앞에 내놓을 것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추가 쟁점에 대한 조사와 안전 대책을 강구할 것 ▲드라마 제작 관행과 시스템을 바꿀 것 ▲정부, CJ E&M, JS픽쳐스, MBC아트는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 피해자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일 것 등이다.

언론노조는 이날 JS픽쳐스, 라온(해당 세트 설치회사), MBC아트 및 책임자를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에 고발하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또 1월 중 ‘안전 및 노동인권이 보장되는 드라마 제작 현장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주중에는 CJ E&M과 면담해 구체적인 개선 대책 및 이행 계획 수립을 요구할 예정이다.

언론노조는 “범정부차원의 드라마 제작 현장 긴급 전수 조사 실시를 촉구하는 활동을 이달 안에 계속할 예정”이라며 “사단법인 ‘한빛’과 함께 한빛방송노동인권센터를 오는 2월 중 설립해 방송스태프 노동인권 침해 상담 및 조직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6일로 예정됐던 ‘화유기’ 3 ,4회 방송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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