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조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배우 오인혜가 지난달 28일 MBC 에브리원 예능 프로그램 ‘비디오스타’에 출연했다. 공식 활동으로는 2014년 영화 ‘설계’ 이후 3년 만이다. 오인혜는 방송 다음날까지 각종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등 관심 인물로 떠올랐다. 서울 중림동 한경텐아시아에서 오인혜를 만났다. 공백이 길었던 까닭부터 물었다.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었는데 들어오는 대본은 (섹시 스타라는) 이전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들이었어요. 이미지 변신을 하려다 본의 아니게 공백이 길어져 버렸네요.”

그가 출연한 작품은 분위기나 캐릭터가 엇비슷했다.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2011년) ‘소원 택시’(2013년) ‘야누스: 욕망의 두 얼굴’(2014년) ‘설계’(2014년) 등 주연작 대부분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중이 그에 대해 선입견을 갖기 시작했다.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에서 선보인 파격적인 레드 드레스가 그런 이미지를 만든 계기였다. 이전까지 단역이나 조연으로 활동했던 오인혜는 아슬아슬할 정도로 노출이 심한 이 드레스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그게 독(毒)이었다.

“첫 단추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땐 진짜 몰랐어요. ‘나’를 알리는 걸 우선으로 생각했으니까요. 처음에는 드레스 입은 사진들이 빨리 인터넷에서 내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갈수록 ‘오인혜=노출 드레스’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그에 관한 기사와 사진도 그런 것뿐이었다. 처음에는 몇 년을 쉬더라도 기다려보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면서 조급해지기 시작했고 고민도 많아졌다.

“효과가 나타나긴 했습니다. 나라는 존재가 점점 잊혀지는 거예요. 그 사진들이 아니면 내가 아예 없더라고요. 이전 이미지가 옅어지는 대신 나라는 사람을 기억조차 못하는 분들도 생기더라고요. 안 되겠다 싶어 스스로 타협점을 찾았죠.”

오인혜는 신인 때처럼 앞뒤 안 가리고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설령 캐스팅이 되지 않더라도 뭔가 하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좋았다. 이제는 마냥 기다리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다. 이미지 변신도 염두에 두고 있다. 주말극, 일일극, 시트콤 등 장르를 불문하고 평범하고 친근한 역할로 대중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뒤로는 줄곧 주인공을 맡았던 그로선 배수진을 친 셈이다.

“이젠 주연을 고집하지 않을 겁니다. 주연에만 욕심이 있었다면 지금까지 들어온 작품들 모두 출연했겠죠. 작은 역할도 상관없습니다. 가급적 많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어요. 공백기가 길었던 만큼 쉬지 않고 연기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그러다 보면 선입견도 자연스레 사라질 테니까요.”

오인혜는 최근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대선배 나문희를 보며 큰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모든 배우가 그렇겠지만 저도 나문희 선생님처럼 오래 일하고 싶어요. 같은 일을 오래도록 계속 한다는 건 정말 존경받을 일인 것 같아요. 저도 오래오래 연기해서 여우주연상에 도전하겠습니다.”

노규민 한경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