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손호준 / 사진제공=YG
배우 손호준 / 사진제공=YG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졌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았기에 오해도 쌓였다. 아내와 대화가 부족했던 남편 최반도는 이혼을 결심했다. 그러던 어느 날 눈을 떠보니 18년 전. 인생을 새로 살게 된 기쁨도 잠시 뿐, 잊고 있던 것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렇게 최반도는 진짜 어른이 됐다.

최근 화제 속에 종영한 KBS2 금토드라마 ‘고백부부’에서 최반도를 연기한 손호준(34)은 스무 살과 서른여덟 살, 어느 한 곳에도 속하지 않은 나이로 두 시절을 이질감 없이 연기해냈다. 시간을 다시 살고, 또 미리 살다가 막 현장에서 빠져 나온 그는 많은 걸 배웠다며 밝게 웃었다.

10. ‘고백부부를 선택한 이유는?
공감이 됐다. 대본을 읽은 후 너무 참여하고 싶어서 감독님, 작가님을 만나서 강하게 어필했다. 반도는 평범한 가장이라고 생각했다. 집에선 힘든 내색을 못하고 참아내는 모습들이 와 닿았다.

10. 38세와 20세를 연기하며 고민한 부분은?
순수함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스무 살엔 오로지 진주(장나라)만 사랑하는 순수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서른여덟 살일 땐 사회에 찌든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다. 두 개를 비교하자면 스무 살 연기가 더 힘들었다. 난 현재 서른네 살이다. 순수함을 떠올리는 것이 어려웠다.

10. 부부로 호흡을 맞춘 장나라와는 어땠나?
내가 TV로 보며 동경했던 선배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는 게 영광스러웠다. 처음에 누나를 봤을 땐 너무 어려 보여서 깜짝 놀랐는데, 현장에선 내가 많이 배웠다. 내가 보지 못한 부분까지 보는 똑똑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함께 연기를 하다가도 ‘누나, 너무 귀엽다’고 말하면 누나가 ‘야, (내가)누나야!’라고 했다.

10. 장모(김미경)와의 에피소드가 뭉클했다.
반도라는 캐릭터를 깊게 이해하다 보니 김미경 선배만 보면 마음이 아팠다. 슬프고 죄송한 마음이 생겼다. 최근 드라마 종방연에서 선배가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봤는데 그것조차 뭉클했다.

10. 진주와 남길(장기용)이 이어지길 바라는 시청자도 있었다. 서운하지 않았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초반엔 반도의 진심이 그려지지 않았지만 난 알고 있었다. 그 진심이 결국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용이는 드라마에서 선배로 나오지만 현장에선 막내였다. 카메라 밖에선 얼마나 귀여운지… 딱 스무 살 반도 같은 순진한 매력이 있다.

10. ‘고백부부엔 유독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많았다. 반도 외에 탐났던 캐릭터는 없었나?
다 탐났다. 우선 재우(허정민)는 풋풋한 로맨스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부러웠다. 독재(이이경)가 보여주는 에피소드들도 너무 재미있었다. ‘나도 잘 웃길 수 있는데’라고 생각도 했다. 남길이는 탐나지 않았던 캐릭터다. 내겐 남길이 같은 멋이 없으니까.

배우 손호준 / 사진제공=YG
배우 손호준 / 사진제공=YG
10. 실제 자신의 스무 살은 어땠나?
반도와 비슷했다. ‘무데뽀’였다. 앞뒤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는 용기가 있었다. 나뿐 아니라 많은 청춘들이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뭘 해도 겁이 생긴다. 실패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고, 내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까봐 조심스러워진다.

10. 최반도처럼 서른여덟 살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아린이(서진 역) 같은 딸이 있었으면…(웃음) 드라마에서 아들로 출연한 아린이가 나를 잘 따랐다. 현장에서 ‘아린아, 아빠한테 와’라고 얘기했는데, 어느 날은 아린이의 친아버지가 오셔서 그런 모습을 보고 섭섭해 했다.

10. 결혼하면 어떤 남편,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지?
드라마 대사 중에 ‘머리를 가득 채운 아들보다 심장인 너(진주)가 더 소중하다’는 말이 있었다. 그 말에 공감했다. 누굴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겠지만 아내편인 남편이 되고 싶다.

10. ‘응답하라 1994’ 해태 역 이후 인생캐릭터를 만났다는 평가다. 두 작품 모두 복고풍 작품이었다.
내가 봐도 복고풍의 연기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멋있는 것보다는 캐주얼한 게 더 편하다. 아마 피부가 까매서 촌스러운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10. ‘고백부부는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시청자들뿐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도 ‘잊고 있던 것을 떠올리게 됐다’ ‘아내랑 맥주 한 잔 하며 대화를 하게 됐다’며 감사하다고 말하더라. 그냥 보고 웃는 드라마 이상으로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드라마에 참여했다는 게 너무나 감사하다. 나 역시 작품을 하며 많이 배웠다. 어떻게 해야 장모님에게 사랑을 받는지도 배웠고, 아내가 생기면 대화를 많이 나눠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내게도 고마운 드라마다.

배우 손호준 / 사진제공=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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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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