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 / 사진 = 리틀빅픽처스 제공
문근영 / 사진 = 리틀빅픽처스 제공
"연기가 점점 더 어려워져요"

귀엽고 풋풋하던 아역 배우가 약 20년이 흘러 베테랑 배우로 성장했다. 그동안 문근영은 스크린, 브라운관뿐만 아니라 연극 무대까지 넘나들며 다채로운 연기를 펼쳐왔다. 30대로 접어들면서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생각도 더욱 깊어진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위해 만난 문근영은 영화 '유리정원'의 뒷이야기부터 연기자로서의 고충 등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냈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유리정원'은 숲 속에서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 재연(문근영 분)을 훔쳐보며 초록의 피가 흐르는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무명작가 지훈(김태훈 분)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상에 밝혀지게 되는 충격적인 비밀을 다룬 영화다.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촬영이 끝날 때까지 '상처'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유리정원'을 보고 위로를 받았어요. 그때 알았죠. 상처에만 국한되는 영화가 아니라 각자의 상황, 감정에 따라 위안이 되고 치유될 수 있는 영화라는 것을."

극 중 문근영은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과학도 '재연'을 연기했다. 그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결핍이 많은 인물이다. 감정 표현은 최대한 절제하며, 배신 당하거나 사생활이 노출돼도 절대 화내지 않는다. 문근영은 '재연'이 자신의 실제 성격과 매우 비슷해 그를 이해하기 위한 큰 노력이 필요 없었다고 했다.

"자극을 받으면 '악!'하고 쏟아내야 하는데 전 그렇게 못 해요. 화를 내는 게 불편하거든요. 그게 폭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조용히 제 방식대로 화를 내요. 재연의 성격이 이해가 잘 돼서 연기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문근영 / 사진 = 리틀빅픽처스 제공
문근영 / 사진 = 리틀빅픽처스 제공
1999년 영화 '길 위에서'로 데뷔한 문근영은 어느덧 연기 경력 20년을 바라보는 배우가 됐다. 31살이지만 여전히 '문근영' 하면 '국민 여동생' 수식어를 떠올린다. 그는 그렇게 자신을 기억해주는 대중 덕에 행복함을 느낀다고 했다.

"사실 '연기를 그만둘까' 수도 없이 생각했어요. 일할 때 누가 저에게 잔소리하면 싫고, 쉬고 싶을 때 못 쉬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 순간엔 크게 느껴졌지만 지나고 보면 사소한 일이죠. 단, 연기가 재미없었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는 최근에도 남모를 고충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촬영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다 보니 연출가와 배우 사이 소통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지만 신수원 감독을 만나면서 새로운 소통의 장을 열게 됐다고 밝혔다.

"저는 항상 그대로인데 사람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소통 방식을 찾아야 하고 맞춰가는 게 굉장히 피곤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신 감독님과의 작업은 정말 재미있고 신났어요. 우리 두 사람은 언어의 장이 비슷해서 설명하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거든요."

올해 초 급성구획증후군으로 7개월간 네 차례 수술을 받고 완치한 문근영은 또다시 '배우'로서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마음이 닿을 수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이야기했다.

"옛날엔 순수해서 연기가 쉬웠던 것 같아요. 나이를 먹을수록 연기하는 게 더 어려워지고 고민이 많아졌어요. 아직도 연기를 알아가는 중이죠. 이젠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호칭을 듣고 싶네요.(웃음)"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