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래퍼 키드밀리 / 사진제공=인디고뮤직
래퍼 키드밀리 / 사진제공=인디고뮤직
키드밀리의 음악에는 자유로움이 있다. 트렌디한 비트에 묻혀버리는 래퍼들과는 달리 강약을 원하는 대로 조절한다. 색채도 뚜렷하다. 독특한 분위기의 ‘혼모노’’Oppa 범고래’ 등으로 주목 받았던 EP 앨범 ‘Maiden Voyage Ⅱ’의 재킷 이미지는 그가 아이폰으로 직접 찍은 사진이다. 하고 싶은 걸 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길 줄 아는 키드밀리를 ‘발칙하고 대담한 음악’을 할 새 얼굴을 찾고 있던 스윙스가 단번에 발탁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눈여겨봐야 할 가치가 충분한 래퍼 키드밀리를 만났다.

10. 인디고뮤직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키드밀리: Mnet ‘고등래퍼’가 방영될 당시 집에서 자고 있는데 갑자기 스윙스 형에게 연락이 와서 작업실로 오라고 했다. 노엘이 스윙스에게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려놓은 내 노래를 들려준 거였다. 스윙스 형이 “새로운 회사를 만들 예정인데 너 노래 잘 만들었다”며 영입을 제안했다.(웃음)

10. 스윙스는 저스트뮤직의 대표이기도 한데 거기 가고 싶었던 생각은 없나?
키드밀리: 스윙스 형의 무서운 눈빛을 보고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웃음) 많은 사람들이 인디고뮤직을 저스트뮤직 산하 레이블이라고 생각하는 데 그렇진 않다.

10. 저스트뮤직은 인디고뮤직과 어떻게 다른가?
키드밀리: 형이자 대표인 스윙스의 말을 빌리자면 인디고뮤직은 저스트뮤직보다 “좀 더 어리고 새로운 얼굴을 한 아티스트들의 발칙하고 대담한 음악”을 하는 레이블이다. 대중의 어떤 시선에도 개의치 않는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을 인디고뮤직으로 영입하고자 한다고 들었다.

10. 블랙넛이 피처링한 ‘혼모노(Honmono)’가 호평을 받고 있다. 작업 과정은?
키드밀리: ‘혼모노’는 원래 인디고뮤직에 들어가기 전에 만들고 있었던 곡으로 개인 앨범에 넣으려고 했던 거다. 예전부터 블랙넛 형을 좋아했기 때문에 언젠가 한번 작업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이 곡과 잘 어울릴 것 같아서 형에게 얘기했다. 스윙스 형도 모르고 있었다.

10 ‘혼모노’는 도입부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인 ‘러브라이브’가 나온다. 첫 번째 EP(미니) 앨범 ‘Maiden Voyage Ⅰ’ 앨범 커버도 일본풍이 물씬 풍기는데 일본 문화를 좋아하나?
키드밀리: 굉장히 좋아한다. 피규어도 네 개 정도 샀다. 작업실에서 작업하다가도 보고 식사할 때도 본다. 나는 사실 ‘잡캐(하나의 캐릭터만 좋아하지 않고 이것 저것 좋아하는 팬을 일컫는 말)’라 보기에 예쁘게 생긴 것을 산다.(웃음) 내가 좋아하는 만화는 ‘코바야시네 메이드래곤’이다.

키드밀리의 첫 번째 EP(미니) 앨범 ‘Maiden Voyage Ⅰ’와 ‘Maiden Voyage Ⅱ’의 앨범 커버 / 사진제공=인디고뮤직
키드밀리의 첫 번째 EP(미니) 앨범 ‘Maiden Voyage Ⅰ’와 ‘Maiden Voyage Ⅱ’의 앨범 커버 / 사진제공=인디고뮤직
10. ‘Maiden Voyage Ⅱ’의 앨범 커버는 더 강렬했다. 영어 문구를 해석하자면 ‘담배는 동맥을 막고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일으킨다’다. 이 사진을 커버로 정한 이유는?
키드밀리: 평소에 굉장히 추상적인 걸 쓰는 편이고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 것을 음악 활동에도 반영하는 편이다. 이 사진도 여행을 다녀오다 면세점에서 봤는데 마음에 들어서 아이폰으로 바로 찍은 거다.

10. 슈퍼비가 피처링한 ‘Oppa 범고래’에는 ‘5월부터 9월 나는 코홀트 해’라는 가사가 나온다. 크루 코홀트의 멤버인가?
키드밀리: 멤버도 아니고 코홀트 크루와의 관계도 없다.(웃음) 코홀트의 팬이어서 크루의 상징인 범고래도 제목으로 지었다.

10. ‘Oppa 범고래’에는 ‘10분 만에 도끼형 목례 받고 다시 나와버렸지’라는 가사도 있는데.
키드밀리: 나름 기대를 하고 Mnet ‘쇼 미 더 머니’에 나갔다. 심사위원이 도끼 형이었는데 가사처럼 10분 듣고 목례한 후 탈락시켰다.(웃음)

10. ‘쇼 미 더 머니7’을 한다면 다시 출연하고 싶은 생각도 있나?
키드밀리: 지금으로서는 나가지 않을 계획이다. 하지만 블랙넛 형이 심사위원으로 나온다면 긍정적으로 고려할 의향이 있다.(웃음) ‘쇼 미 더 머니’는 시청자로서 좋아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래퍼로서 무대에 오를 때 ‘쇼 미 더 머니’에 나온 래퍼들만 호응을 해주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을 느껴서 조금 아쉬웠다. ‘쇼 미 더 머니’에 나오지 않은 래퍼들의 무대에도 호응을 많이 해주면 더 힘이 날 것 같다.

10. 가사를 보면 평소에 통장 요정으로 사는 것 같다. 어떤 사업을 하는지?
키드밀리: 사업자 통장을 만들기는 했다. 예전에 의류 쇼핑몰을 했다.(웃음) 예전 연인과 했던 사업인데 이제는 사업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10. 랩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키드밀리: 원래 고등학생 때 프로게이머가 꿈이어서 자퇴까지 했다. 그래서 프로게임단에 들어가서 어떤 대회의 리그 예선 결승까지 올라가게 됐다. 전 리그의 우승자와 일대일로 붙었는데 너무 아무것도 못하고 졌다.(웃음) 회의감이 들어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원에 들어갔는데 우연히 친구로부터 랩을 듣게 됐다. 사실 처음부터 랩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 친구가 너무 랩을 좋아해서 매일 반강제로 랩을 접했다. 그러다가 빈지노 형의 ‘If I Die Tomorrow’를 듣고 엄청난 충격을 먹었다. ‘내가 죽는다면’이라는 주제를 굉장히 구체적인 랩으로 잘 묘사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부터 라임도 쓰고 핸드폰 메모장에 가사도 써보기 시작했다.

10. 지금까지 발매한 EP(미니) 앨범 시리즈의 제목을 ‘Maiden Voyage’로 지은 이유는?
키드밀리: 이름도 잘 모르는 나라에서 만들어진 운동화를 샀는데 배송되어 온 운동화 박스에 ‘Maiden Voyage’라고 적혀 있었다. 마음에 확 와닿아서 앨범 제목으로까지 짓게 됐다. 또 다른 앨범을 내게 된다면 다른 이름으로 내고 싶고 그리 멀지 않은 훗날에 ‘Maiden Voyage’ 시리즈를 이어 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다음 앨범에서는 내 머릿 속에 있는 ‘메세나폴리스’로 간다.

10. 자신의 음악과 실제 삶과의 괴리는 어느 정도 되나?
키드밀리: 많이 일치하는 편이다. 85~90% 정도는 내 얘기다. 또 허구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이것이 픽션이라고 알 수 있게끔 꼭 가사에 표시하는 편이다.



10. 앞으로의 음악 활동 계획은?
키드밀리: 지금은 믹스테이프를 준비하고 있다. 정규 앨범도 생각은 있지만 아직 정규 앨범을 하나의 콘셉트로 아우를 만한 영감을 받지 못했다. 믹스테이프에 실릴 곡의 가사는 거의 다 마무리한 상태다.

10.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나?
키드밀리: 의식해서 멋있어 보이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멋있어 보이고 싶다. 씨잼이 그런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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