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리정원'으로 돌아온 문근영 "연기 논란 걱정했는데 호평에 얼떨떨"
배우 문근영(사진)이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지난 25일 개봉한 영화 ‘유리정원’(감독 신수원)을 통해서다. 2015년 이준익 감독의 ‘사도’에 잠깐 출연했지만 주연작으론 ‘사랑따윈 필요없어’ 이후 10년 만이다.

그는 올해 뜻밖의 위기를 겪었다. 지난 3월 급성구획증후군 진단을 받고 활동을 중단한 것. 여러 차례 수술 끝에 완치한 문근영은 ‘유리정원’이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되면서 활동을 재개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재연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예뻤어요. 겉모습보다는 아프고 슬퍼서 더 예뻐 보였습니다. 제가 이 캐릭터를 연기했을 때 누군가가 재연을 보고 함께 아파하고 공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배우로서 욕심이 나서 잘 해내고 싶었습니다.”

‘유리정원’에서 문근영은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 중인 과학도 재연 역을 맡았다. 재연은 유능한 과학도지만 선천적으로 기형적인 신체 때문에 사회에서 소외된 인물이다. 재연은 유일하게 믿고 따르던 정 교수(서태화 분)가 자신을 배신하자 절망에 빠져 어릴 적 놀이터였던 숲으로 숨게 된다.

‘유리정원’은 그에게 도전이었다. 상업영화가 아닌 데다 표현하기 쉬운 캐릭터가 결코 아니어서다.

“재연은 인간이 나무가 될 수 있다고 믿잖아요. 어떻게 보면 관객을 설득하기 쉽지 않은 설정이지만 어렸을 때 엄마랑 뒷산에 가서 나무나 꽃에게 노래도 많이 불러주고 예쁜 말을 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런 기억 때문에 이 작품에 비교적 접근하기 쉬웠죠.”

‘유리정원’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뒤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제2의 인생 캐릭터’가 탄생했다는 평도 이어졌다. 문근영은 “연기에 대한 악평이 쏟아질까봐 정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호평받고 보니 얼떨떨하다”며 “연기 논란이 없어 다행이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털어놨다.

문근영은 “상업성과 흥행 때문에 하고 싶은 작품을 포기하고 싶진 않다”고 했다.

“한때 하고 싶은 작품과 흥행성을 놓고 많이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작품의 흥행이나 평가는 제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성공이냐 실패냐가 중요하긴 하지만 저와는 다른 분야에 있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제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박슬기 한경텐아시아 기자 psg@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