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빌보드 양대 차트인 ‘빌보드 200’과 ‘핫 100’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 7인조 보이그룹 ‘방탄소년단’.
미국 빌보드 양대 차트인 ‘빌보드 200’과 ‘핫 100’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 7인조 보이그룹 ‘방탄소년단’.
7인조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K팝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18일 발매한 새 앨범 ‘러브 유어 셀프 승 허(LOVE YOURSELF 承 ‘Her’)’가 지난 25일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한국 가수 사상 최고인 7위에 올랐다. 빌보드가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 인기를 토대로 내놓는 ‘소셜 50’ 차트에서는 방탄소년단이 50주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신곡 ‘DNA’는 빌보드 싱글 차트 ‘핫(Hot) 100’에 85위로 이름을 올렸다.

방탄소년단은 자본과 해외 네트워크가 탄탄한 국내 3대 주요 기획사(SM, YG, JYP) 소속이 아니다. 이들의 모태는 음반제작자 방시혁이 이끄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다. 외국인을 겨냥한 영어 노래 하나 없고 해외에 특별한 프로모션도 하지 않는다. 이런 방탄소년단이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영향력을 넓힌 비결에 문화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20세대 사로잡은 ‘스토리 파워’

한국 첫 빌보드차트 7위 진입… 방탄소년단의 '스토리 파워'
방탄소년단의 저력은 ‘이야기의 힘’에서 나온다. 이들은 10대와 20대가 보편적으로 하는 고민을 음악에 담는다. 첫 앨범 ‘화양연화’ 시리즈에선 아름답지만 위태로운 청춘을 노래했다. 농구를 소재로 한 인트로곡 “오늘따라 림이 멀어 보여/ 코트 위에 한숨이 고여/ 현실이 두려운 소년/ 공을 던질 때면 유일하게 맘이 되레 놓여”가 이를 잘 보여준다. 두 번째 앨범 ‘윙스(WINGS)’에선 유혹을 맞닥뜨린 소년들의 갈등과 성장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 첫 빌보드차트 7위 진입… 방탄소년단의 '스토리 파워'
방탄소년단은 이처럼 노래로 같은 세대와 소통한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패딩이 청소년 사이에 유행하자 방탄소년단은 노래 ‘등골브레이커’에서 “휘어지는 부모 등골을 봐도 넌 매몰차”라며 자성의 채찍을 들었다. 입시와 취업 경쟁에 숨가쁜 청년들 사이에서 ‘3포 세대’라는 탄식이 나오자 노래 ‘쩔어’에선 “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 우릴 싹 주식처럼 매도해/ 왜 해보기도 전에 죽여 걔넨 enemy/ 왜 벌써부터 고개를 숙여 받아 energy”라며 자조를 패기로 대체했다.

빌보드는 지난해 10월 ‘방탄소년단은 어떻게 미국 K팝 차트 기록을 세웠나’란 제목의 칼럼에서 “정신적인 고뇌, 아이돌로서의 삶, 여성을 응원하는 노래까지 한국 문화에서 잘 다루지 않는 독특한 주제를 다뤘다”며 “방탄소년단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다”고 했다.

◆SNS 통한 소탈한 소통이 통했네

한국 첫 빌보드차트 7위 진입… 방탄소년단의 '스토리 파워'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영상 콘텐츠 플랫폼을 적절히 활용한 마케팅 결과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은 멤버들이 토론하며 음악을 녹음하는 과정, 방송 사전녹화 영상을 휴대폰으로 보며 보완점을 논의하는 모습 등을 유튜브의 방탄소년단 채널 ‘BANGTANTV’에서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팬들은 ‘무대 위’ 스타뿐 아니라 ‘무대를 준비하는’ 스타의 모습에 친근함을 느꼈다.

트위터도 활발하게 썼다. 자기 얼굴을 찍은 셀카 사진을 적극적으로 올리고, 방송 출연 소감이나 뒷이야기 등을 남겼다. 멤버들이 트위터에 올리는 콘텐츠는 세련되게 잘 제작된 공식 홍보용 콘텐츠가 아니라 자잘하고 평범한 일상의 단면이다.

지난 9일 올라온 트윗이 대표적이다. 멤버들은 ‘방탄멤버방’이란 이름으로 멤버 7명이 함께하는 단체 채팅방을 캡처한 사진을 공개했다. “내가 어제 모기를 다 죽이고 잤는데 왜 웽웽대지” 같은 일상의 소탈한 대화가 있는 그대로 담겨 있다.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콘텐츠를 거의 실시간으로 번역해 온라인에서 공유하면서 해외에 퍼뜨린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측은 “세계인이 방탄소년단 음악에 환호하는 건 선명한 메시지를 담은 주체적인 콘텐츠와 진정성있는 소통 덕분”이라며 “방탄소년단은 뮤지션이 가까이 다가가야 할 대상이 해외 에이전시나 미디어 등이 아니라 음악팬들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