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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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서 20년쯤 연마하면 ‘달인’이 된다잖아요. 저는 28년째 연기를 하고 있는데도 달인은커녕 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요. 그래서 잘해보고 싶은 욕심이 자꾸 커집니다.”

배우 공형진(48)은 한경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연기력은 나이와 경력에 비례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형진은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로마의 휴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주연작으로는 2011년 ‘커플즈’ 이후 6년 만이다.

‘로마의 휴일’은 엉뚱한 삼총사가 인생역전을 위해 현금수송 차량을 습격하고 나이트클럽 ‘로마의 휴일’에 숨어 인질극을 벌이는 이야기를 다룬 코믹 범죄극이다. 공형진은 삼총사 중 맏형 기주 역을 맡아 전매특허인 코미디 연기를 선보였다.

“장르는 이전 작품들과 비슷해도 캐릭터로 차별화하려고 했어요. 기주는 나이는 많지만 하는 짓은 막내 같고 즉흥적인 데다 주도권을 잡으려는 욕심이 없습니다. 대신 늘 즐거운 것을 좇는 인물이라 먹는 걸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살을 찌웠습니다.”

공형진은 이 작품에서 임창정 정상훈과 호흡을 맞췄다.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세 사람은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하모니를 이뤄냈다.

“임창정은 만능엔터테이너지만 단 한 번도 연기를 쉽게 생각한 적이 없는 연기파 배우입니다. 제가 큰형이지만 나서서 뭘 하지 않아도 서로 배려하며 호흡을 맞추니 편했어요.”

1991년 SBS 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공형진은 드라마 ‘연애시대’(2006년) ‘추노’(2010) ‘라스트’(2015)와 영화 ‘남남북녀’(2003) ‘동해물과 백두산이’(2003) ‘태극기 휘날리며’(2004) ‘대한이 민국씨’(2008)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던 그는 최근 긴 공백기를 가졌다. 그는 “2014년 촬영해 이듬해 개봉 예정이던 영화 ‘굿 맨’이 배급사를 찾지 못해 뜻밖의 공백이 생겼다”며 멋쩍게 웃었다. 공형진은 많은 작품을 통해 ‘연기파 배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는 “후배들의 연기를 자극제로 삼고 있다”며 겸손해했다.

“드라마 ‘추노’에서 아주 작은 배역을 훌륭히 소화하던 조진웅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때 ‘너 처음 봤는데 팬이 됐다’고 고백했죠, 하하. 여진구는 또 어떻고요. 제 아들이랑 동갑인데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지…. 그런 후배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자랑스러워요.”

공형진은 최근 한 대학에서 연기를 주제로 강연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내게 영감을 준 건 교수님의 강의가 아니라 선배들의 공연과 극장에서 본 영화였다”고 했다. 선배든 후배든 학생이든 남들의 연기에서 자극을 받는다는 것이다. “훗날 ‘공형진처럼 되고 싶다’는 후배가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죠?”라는 그의 눈빛엔 베테랑의 여유보다 신인의 열정이 담겨 있었다.

현지민 한경텐아시아 기자 hhyun418@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