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경찰' 김주환 감독 "젊은이들 열정에 세상은 아직 건강하단 걸 느껴"
올여름 극장가의 다크호스 ‘청년경찰’이 개봉 22일 만에 500만 명을 돌파했다. 7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이 작품은 손익분기점 200만 명을 훌쩍 넘겼다. 배급사 측은 이날까지 102억원의 순이익을 챙길 것으로 추산했다. ‘택시운전사’ ‘군함도’ ‘덩케르크’ ‘혹성탈출’ 등 국내외 대작 틈새에서 중급 규모의 영화로 흥행 홈런을 날린 셈이다. 두 경찰대생(박서준, 강하늘 분)이 우연히 여성 납치 현장을 목격한 뒤 범인 검거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각본과 연출을 맡아 상업영화에 데뷔한 김주환 감독(36·사진)을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순수한 목적과 열정으로 행동하는 젊은이들 모습을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점에 관객이 환호한 것 같습니다. 청년들이 가진 희망과 긍정적인 기운을 보면서 세상은 아직 건강하다고 느낀 거죠.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웃겼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끔찍한 납치사건을 다뤄 불편하다’는 평가도 있긴 했어요.”

극중 두 주인공이 직접 수사하는 과정에서 박서준은 경찰 시선을 따돌리기 위해 “짭새야, 하늘에서 정의가 빗발친다”고 외친 뒤 도망친다. 여기서 관객은 박장대소한다. 감독은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 속 대사를 그대로 썼다고 했다. 이 장면이 10대 관객을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개봉 22일 만에 관객 5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청년경찰’.
개봉 22일 만에 관객 5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청년경찰’.
“이 영화의 재미는 이론만 습득한 학생들이 실전에 뛰어드는 과정에서 나옵니다. 위트와 코믹 요소를 그 속에 많이 넣었죠. 하지만 심각한 범죄와 부닥치는 순간은 희화화하지 않고 진지하게 접근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끔찍한 범죄를 코미디처럼 다뤘다는 일각의 비판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얼핏 ‘투캅스’류의 버디형사물을 닮았지만 내용면에서는 확연히 다르다. 부패한 고참과 정의로운 신참 콤비가 아니라 경찰도, 민간인도 아닌 두 경찰대생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다. 김 감독은 경찰대생을 상대로 3년간 취재하면서 시나리오를 썼다. 두 주인공이 범인을 잡은 뒤 “학교에서 빌린 무기를 반납해야 한다”고 법석을 떠는 장면 등은 투캅스류에서는 볼 수 없다.

“강하늘과 박서준의 팬덤도 흥행에 기여했습니다. 드라마에 자주 출연했던 박서준은 20대 이상 여성 관객들을 끌어들였습니다. 그가 남자친구나 아들 같다고 여기는 거죠. 강하늘은 곱상한 외모 덕분인지 10대들이 더 좋아하더군요. 두 배우의 팬 층이 달라서 관객층을 전 연령대로 확대했어요.”

김 감독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배급전략도 통했다고 분석했다. 올여름에는 진지한 시대극이 넘쳐나 코믹 드라마의 희소성이 돋보였다는 의미다. 또 4대 배급사의 영화 중 유일하게 청춘스타들이 주인공이었다.

김 감독의 이력은 남다르다. 중2 때 뉴질랜드로 떠나 미국 조지타운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2008년 국내 영화 배급사 쇼박스에 입사해 6년간 홍보마케팅 파트에서 일하며 독학으로 연출을 공부했다.

“배급사에서 배운 영화 흥행 법칙이라면 관객이 이해하기 쉽도록 메시지나 플롯이 간단하고 명확해야 한다는 겁니다. 바쁜 관객들을 붙잡으려면 몇 초 안에 재미도 줘야 하고요. 그러자면 보편적이면서도 새로운 측면을 함께 갖춰야 합니다. ”

그는 2013년 쇼박스를 그만두고 시나리오 작업에 전념했다.

“커피를 사 마실 돈이 없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궁핍했어요. 여자친구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이 컸습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고요. 오로지 할 수 있다는 긍정의 마음가짐으로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