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진 "품위녀는 내 인생 터닝포인트"
“‘품위있는 그녀’는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에요. ‘인생작품’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어서 좋습니다.”

19일 종영하는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극본 백미경, 연출 김윤철, 이하 ‘품위녀’)에서 열연 중인 배우 이희진(사진)의 말이다. 그는 극 중 연하 내연남과 남편의 호텔에서 불륜을 저지를 정도로 대담한 김효주 역을 맡았다.

“다들 제가 애 둘 있는 엄마에, 심지어 바람피우는 역할을 할 줄은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제 나이에 맞는 역을 하고 싶었어요. 실제 제 나이에는 이미 애 둘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니까 엄마 역을 맡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거죠. 불륜을 저지르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멋있게 엄마 역할을 소화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1997년 베이비복스로 데뷔한 이희진은 2010년 SBS 드라마 ‘괜찮아, 아빠딸’로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드라마 ‘최고의 사랑’ ‘마의’ ‘특수사건 전담반TEN2’ ‘몬스타’ ‘메디컬 탑팀’ ‘황금무지개’ 등 여러 작품에 출연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하지만 ‘품위녀’는 쉽지 않았다.

극 중 김효주는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공허한 그야말로 ‘속 빈 강정’ 같은 인물이었다. 이희진은 김효주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다. 대신 연기에는 힘을 뺐다. 가장 품이 많이 들고 노력을 많이 기울인 작품이었다.

“굉장히 예민한 작품이었어요. 대사도 현실감이 강했기 때문에 진짜 ‘강남 사모님’인 것처럼 말을 해야 했죠. 전형적인 부자 연기는 오히려 극을 망친다고 생각해서 힘을 많이 빼려고 했어요. 특히 공허함을 남자로 푸는 김효주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많이 안타깝고 마음이 갔어요. 효주는 참 애착이 가는 캐릭터예요.”

비록 분량은 작았지만 존재감만큼은 분명했다. 한 인물도 허투루 쓰지 않는 백미경 작가의 필력과 디테일한 연출을 보여준 김윤철 감독의 힘도 컸다.

“이 작품을 하면서 왜 많은 배우가 김 감독과 백 작가의 작품에 출연하려고 하는지 알았어요. 품위녀는 어쩌면 논란의 소지를 많이 안고 있는 드라마인데 두 분은 결코 ‘막장 드라마’로 만들지 않습니다. 지나가는 신도 그냥 찍고 넘기는 법이 없어요. 연기하는 내내 정말 많이 배우고 깨달았어요. ”

글=박슬기 한경텐아시아 기자 psg@tenasia.co.kr
사진=조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wizard333@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