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감독의 ‘청년경찰’.
김주환 감독의 ‘청년경찰’.
두 형사가 이끄는 ‘버디무비’에는 공식이 있다. 부패하지만 능숙한 고참과 그 반대인 신참 캐릭터가 한 묶음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할리우드나 충무로의 수많은 형사 버디물은 ‘투 캅스’류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다음달 9일 개봉하는 김주환 감독의 ‘청년경찰’은 이런 점에서 색다르다. 행동이 앞서는 기준(박서준 분)과 두뇌로 먼저 해결하려는 희열(강하늘) 등 비슷한 연령대의 개성이 다른 두 캐릭터가 유괴범 체포에 나선다. 무엇보다 두 주인공은 경찰이 아니라 ‘형사’가 되기 위해 배우는 경찰대생이란 점에서 차별화된다. 열정은 뜨겁지만 무모하고 미숙한 두 캐릭터가 이끌어가는 유쾌한 수사물이다.

젊은 여자가 납치당하는 현장을 우연히 목격한 두 주인공은 경찰에 즉각 신고하지만 정식 수사에 들어가기까지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 그들은 경찰대에서 배운 이론을 현장에 적용할 겸 수사에 직접 뛰어든다. 하지만 이론과 현실은 다른 법이다. 여기에 두 인물의 미숙함까지 보태져 장내에 폭소를 몰고 온다.

두 인물을 묘사하는 장면을 보자. 수업 중 세 가지 수사 방식을 묻는 질문에 희열은 ‘현장, 물품, 피해자’라고 정답을 내놓지만 기준은 ‘열정, 집념, 진심’이라고 쓴다. 희열은 식탁 위 소시지를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며 남긴다. 기준은 자신의 정량 외 그것마저 한입에 삼킨다. 무술 수업에서 희열은 칼을 사용하는 검도를 배운 반면 기준은 몸으로 부대끼는 유도를 전공한다. 이런 개성 차이는 수사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희열이 추리로 실마리를 풀면 기준은 지체없이 실행한다.

두 주인공은 고생 끝에 납치범 소굴을 찾아가는 데 성공하지만 미숙한 수사 방식으로 되려 위기에 처한다. 수사 과정에서 입수한 휴대폰으로 전화해 범인을 알아내지만 그 폰을 끄지 않아 범인에게 소재를 발각당하고 만다.

액션신도 좌충우돌 펼쳐진다. 수업 시간에 배운 무술을 실전에 처음 적용한 탓에 처음에는 그럴듯한 동작을 취하지만 곧 납치범들과 엉겨붙어 동네 패싸움처럼 전개된다. 악당을 쓰러뜨린 뒤 주인공들이 학교에서 빌린 테이저건을 반납해야 한다며 회수하는 장면에서는 ‘빵’ 터진다. 형사물에서 그런 모습은 처음이다.

납치극에는 사회적 메시지를 곁들여놨다. 청소년 가출과 성매매, 장기 밀매 등의 문제점을 고발한다. 수사의 경중을 그릇된 방법으로 저울질하거나 경직된 절차에 얽매이는 등 한국 사회 공공영역의 문제점들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