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은 그리 달라진 것 없지만 영화표 가격은 어느새 1만 원이 훌쩍 넘었습니다. 4인 가족이 주말 영화 나들이 한번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죠. 데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만 보나요. 캐러멜 팝콘도 먹고 싶고, 콜라도 먹어야 하니까요.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 영화 선택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잘 빠진 예고편에 낚이는 일 없어야겠죠. 실패 없는 영화 선택을 위해 신작들을 만나봅니다. 당신(의 시간과 돈)은 소중하니까요. <편집자주>

◆ 스파이더맨: 홈커밍 (Spider-Man: Homecoming)
존 왓츠 감독|톰 홀랜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이클 키튼, 제이콥 베덜런 출연|액션 모험 SF|7월 5일 개봉|133분|12세 관람가
'스파이더맨 : 홈커밍'
'스파이더맨 : 홈커밍'
"어벤져스가 되려면 시험 같은 거 봐요?"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에서 아이언맨(토니 스타크,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깜짝 발탁돼 활약했던 스파이더맨(피터 파커, 톰 홀랜드)의 민낯은 어느 흔한 열다섯 살의 고등학생입니다. 미성숙 히어로죠.

피터는 오늘도 숙제보다 세상이 구하고 싶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인적없는 골목에 들어가 백팩에서 스파이더맨 슈트를 꺼내 입습니다. '고딩' 스파이더맨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날치기에게서 자전거 되찾아 주기, 길 잃은 할머니 도와주기 정도입니다.

혈기왕성한 어린 스파이더맨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합니다. 영웅 놀이를 끝내고 몰래 숨어들어온 집에서 절친 네드 리즈(제이콥 배덜런)에게 스파이더맨임을 걸리게 되죠. 네드는 "너도 알 낳냐?, 독도 막 뱉어?"라며 호기심어린 질문을 던져대며 피터 파커의 재기발랄한 10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피터는 어벤져스 멤버가 되기 위해 자기 나름의 '인턴쉽'을 치르는 과정에서 외계 물질인 '스톤'에 과학 기술을 더해 세상을 위협하는 무기를 만드는 벌처(아드리안 툼즈)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벌처는 '시빌워' 당시 외계 생명체들이 남기고 간 폐기물들을 처리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다 토니 스타크가 지원하는 정부 업체에 의해 일자리를 뺏기게 되고 복수심을 품죠. "세상이 변했어. 이제 우리도 변해야 해"라는 말과 함께 사상 최악의 빌런 '벌처'가 됩니다.

피터는 토니 스타크가 선물해준 새 스파이더맨 수트를 입고 벌처를 쫓습니다. 전국 경시대회에 나간 네드와 친구들이 위험에 처하자 아찔한 높이의 워싱턴 기념탑에서 고공 활강도 서슴치 않습니다. 피터 파커표 스파이더맨이 벌처를 물리치고 멘토인 토니 스타크에게 어벤져스 멤버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스파이더맨 : 홈커밍'
'스파이더맨 : 홈커밍'
'스파이더맨 : 홈커밍'은 소니에서 마블로 돌아온 캐릭터가 가진 의미를 잘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웹슈터(거미줄 장치)에서 거미줄을 '뿜뿜' 뿜어대며 비글미 넘치는 활약을 합니다. 제 집 안방에서 벌이는 액션+유머 대잔치죠.

앞서 공개된 6편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가장 큰 차별점은 바로 주연 배우인 톰 홀랜드 입니다. 올해 스물두 살인 이 영국 출신의 배우는 앳된 외모와 독특한 목소리로 15살의 스파이더맨의 모습에 스며듭니다. 제 몸에 꼭 맞는 스파이더맨 슈트를 입는 느낌이죠.

토비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한 스파이더맨이 우울하거나 소심한 인상이었다면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허세로 똘똘 뭉쳐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토니 스타크가 새 슈트를 선물해 주면서 '초심자' 버전으로 설정해 놨을까요. 책가방을 맨 스파이더맨이라니,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집니다.

576개의 첨단 기능이 담긴 슈트를 입은 피터 파커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액션으로 보는 이들에게 쾌감을 선물합니다. 연출을 맡은 존 왓츠 감독은 화려함보다 기본에 충실하고 생동감 있게 현실적인 장면으로 스파이더맨의 활약상을 담습니다.

특히 톰 홀랜드는 뮤지컬 배우 출신에 각종 체조 기술을 섭렵하고 있어 인간의 범위를 극복하는 수준의 스파이더맨 액션을 만들어 냅니다. 멘토인 토니 스타크와, 친구 네드와의 앙상블은 '아이언맨' 못지 않은 유머 감각으로 배꼽을 잡게 합니다.

존 왓츠 감독이 경쾌하게 풀어낸 '스파이더맨 : 홈커밍'은 이전 시리즈와 완벽한 결별을 선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스크린에 걸린 역사, 정치물, 느와르가 몹시 지겹다고 느껴지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결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입니다.

한 줄 평 : 쿠키 영상은 두 개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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