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열린 ‘제13회 평창대관령음악제’. 맨 오른쪽이 정명화 감독.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지난해 8월 열린 ‘제13회 평창대관령음악제’. 맨 오른쪽이 정명화 감독.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러시아 음악은 슬라브족 특유의 애잔한 선율과 종교적 지향성이 특징이다. 장엄하면서도 로맨틱한 분위기가 교차한다.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예프 등의 면면을 보면 클래식 음악에 관한 한 독일에 버금가는 선진국이다.

오는 7월18일~8월8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콘서트홀 등에서 열리는 ‘제14회 평창대관령음악제’는 ‘그레이트 러시안 마스터스-볼가강의 노래’란 제목으로 지난 150여 년의 러시아 음악을 집중 조명한다.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첼리스트 정명화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20일 서울 장충동 그랜드앰배서더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장 가까운 유럽 국가이자 클래식 본고장인 러시아만의 매혹적인 선율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이 음악제는 2004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마련됐다. 정명화 감독은 “14년 전 올림픽 유치를 목적으로 탄생한 이 음악제는 올림픽을 앞둔 현재 명실공히 세계적 음악제로 자리매김했다”며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며 더 풍성한 공연을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동계올림픽’에 담긴 겨울 이미지와도 잘 맞아떨어지는 러시아 음악은 이번 공연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유명 오페라단인 ‘마린스키오페라단’은 음악회 형식으로 프로코피예프의 코믹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을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다. 마린스키오케스트라도 14명의 마린스키 가수, 국립합창단원과 차이코프스키의 ‘모스크바 칸타타’ 등을 협연한다.

공식 개막 공연도 특별하게 꾸며진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200일 전인 7월26일에 맞춰 ‘한·중·일 콘서트’로 진행한다. 한국의 정경화, 피아니스트 손열음 김다솔 등과 중국의 지안왕, 헝웨이황, 일본의 마유 기시마, 미치노리 분야 등 3국의 연주자가 대거 모여 화합의 장을 펼친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음악제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선 아직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음악제를 주최하는 강원문화재단의 김성환 이사장은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시작했지만 이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악제가 된 만큼 반드시 지속되길 바란다”며 “강원도의회 등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