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tvn ‘시카고타자기’ 유아인 / 사진=방송화면 캡처
tvn ‘시카고타자기’ 유아인 / 사진=방송화면 캡처
유아인이 또 다른 청춘의 얼굴을 그렸다.

3일 tvN ‘시카고 타자기’(극본 진수완, 연출 김철규)가 종영했다. 1~2%의 아쉬운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유아인은 독립투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그간 작품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또 다른 청춘의 모습을 통해 여운을 남겼다.

이날 방송은 서휘영(유아인)이 죽은 뒤 신율(고경표)에게 남긴 편지를 통해 소설 집필을 부탁하며 “그 시절 우리가 이 땅에 살았었다고. 암흑 같은 현실 속에서도 열심히 살았고, 치열하게 아파하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위험 속에서도 행복을 찾아가며 온 힘을 다해 투쟁해왔다고(말해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살아갔던 청춘들은 치열하게 고민했고 또 나라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렸다. 유아인은 서휘영을 통해 ‘해방된 조선’에서 자유롭게 사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시카고 타자기’는 슬럼프에 빠진 베스트셀러 작가 한세주(유아인)와 그의 이름 뒤에 숨은 유령작가이자 ‘진짜유령’으로 밝혀진 유진오(고경표), 한세주의 첫 번째 팬이자 작가 덕후 전설(임수정) 세 남녀가 의문의 오래된 타자기와 얽히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앤티크 로맨스를 그렸다.

1933년 전생에 문인이자,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세 사람 중 혼자만 환생하지 못한 유진오가 전생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위해 유진오와 전설 앞에 나타나면서 전생과 현생을 잇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극 초반 까칠하고 남에게 무관심하고, 안하무인의 모습을 보여줬던 한세주는 유진오와 전설을 만나며 자신의 전생을 봤다. 한세주는 자신이 바로 1930년대 일제강점기 당시 경성에 살았던 독립투사였던 걸 알았다. 현재의 삶만으로도 피곤함을 드러냈던 한세주지만 전생을 떠올리며, “청산되지 않은 과거는 부패되고 치죄되지 않은 잘못은 반복된다”는 유진오의 말에, 지금을 소중히 여기고 현재를 살아가는 한세주로 점차 변해갔다.

유아인은 그동안 여러 작품을 통해 ‘청춘의 자화상’을 연기했다. 영화 ‘우리에겐 내일은 없다’, ‘완득이’, ‘깡철이’와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패션왕’, ‘밀회’ 등 성격도 장르도 다채로웠다. 영화 ‘사도’와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각각 사도세자와 젊은 이방원 역을 맡아 그들의 위태로움과 방황을 연기했다. ‘시카고 타자기’에서는 일제강점기 치하에서 해방된 조선을 꿈꾸던 서휘영을 통해 조국을 잃은 슬픔에 고뇌하는 청년의 얼굴을 보여줬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낭만을 잃지 않았던 서휘영의 모습은 유아인과 꽤나 잘 어울렸다.

사실 ‘시카고 타자기’는 유아인이 출연했지만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초반 떠들썩했던 반응은 극이 진행될수록 미미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아인은 역시나 유아인이었다. 그가 그린 청춘, 서휘영과 한세주가 남긴 여운은 먹먹했고 또 아름다웠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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