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임시완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임시완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하얀 피부에 순진무구한 눈동자. 어딘지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남자. 그가 피칠갑을 한 채 한 손엔 권총을 쥐었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을 만난 배우 임시완의 얘기다.

전작 ‘원라인’에서 능구렁이처럼 너스레를 떨며 사기계의 샛별이 됐던 그는 또 한 번의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내가 가진 감성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고 고백했지만, 그는 교도소를 휘젓는 신참의 모습부터 가족을 향한 애잔한 진심에 이어 소름끼칠 정도의 잔인함까지 다채로운 감정으로 120분 러닝타임을 가득 채웠다.

극은 사람을 믿고 배신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현수 캐릭터의 성장기이자 배우로서, 또 남자로서 임시완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10. 또 한 번의 변신이다. ‘불한당을 통해 거친 남자의 매력을 뽐냈다.
임시완: 앞서서 내가 출연했던 작품들은 단순한 마음으로 보지 못했다. 내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보니 작품 자체를 즐기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불한당’은 연기보다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물론 연기적으로 아쉬움이 많았지만, 극이 너무 재미있었다. 앞으로 내 술친구가 될 작품이다.

10. 어떻게 불한당을 선택했을까.
임시완: 시나리오를 보면서 ‘내가 찍지 않아도 영화가 나온다면 꼭 봐야 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수라는 캐릭터는 아픔이 많고 성숙한 인물이다. 그래서 섣불리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진 못 했다. 내가 조금 더 성숙해진 뒤에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날 설득시켜줬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해줬다.

10. 현수 캐릭터는 어떻게 구축했나.
임시완: 나는 처음에 어두운 부분을 부각시켜야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지금까지 해왔던 연기들 중 가장 힘들 거라고 인식했다. 하지만 감독님은 내 생각을 뒤틀어줬다. 상처가 있는 캐릭터지만 오히려 가볍고 밝은 톤으로 가자고 했다. 감독님과 설경구 형의 영향 덕에 가장 즐겁고 편안한 촬영현장이었다.

10. 극 초반 굉장히 강렬한 키스신이 있었다. 어렵진 않았나.
임시완: 그런 신이 더 많이 있어도 되지 않았을까.(웃음) 내 의지는 아니고 온전히 감독님의 디렉션이 있었다. 크게 어려운 장면은 아니었다.

10. 평소 연기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스타일이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임시완: 신기하게 이번 작품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다. 과거엔 완벽한 준비를 해야지만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조금은 다른 마음가짐을 갖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래서 밑그림만 칠한 채 연기를 했다. 그런 부분에서 오는 설렘이 있었다.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이 나올까? 기대가 됐다. 때문에 걱정도 된다. 이렇게 편하게 연기했는데 관객들은 어떻게 봐주실까.

10. 한참 선배인 설경구와의 호흡은 어땠나.
임시완: 형이 농담을 자주 했다. 아재개그도 많이 해줘서 초반부터 분위기가 좋았다. 어렵다거나 불편하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10. 극 중 재호(설경구)와 현수(임시완)의 관계를 두고 말이 많다. 브로맨스부터 로맨스까지.
임시완: 연기를 할 땐 철저하게 형과 동생의 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촬영 이후 감독님이 ‘로미오와 줄리엣’ ‘브로맨스보단 사랑에 더 가까운 관계’ 라는 말을 했다. 순간 멍해지긴 했다.

10. 특별출연한 허준호와는 크게 붙는 신이 없었다. 현장에서 무슨 얘길 나눴나.
임시완: 허준호 선배가 현장에 오기 전부터 노래를 잘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 선배에게 계속 노래가 듣고 싶다고 졸랐다. 그 전엔 설경구 형이랑 노래방을 종종 갔었는데, 한번은 허준호 선배까지 셋이서 노래방에 갔다. 와. 노래 정말 잘한다. 지금 회상하니까 또 듣고 싶다.

배우 임시완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임시완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10. 극이 제70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임시완: 감독님이 달라보였다. 처음 감독님과 미팅을 했을 때 무의식중에 선입견이 있던 것 같다. 감독님이 일상적인 스타일은 아니다. 옷도 굉장히 독특하게 입는다. 많이 찢어진 옷을 입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알던 일반적인 감독님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서 묘한 걱정이 있긴 했다. 하지만 촬영 일주일 만에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감독님만 믿고 촬영했고, 이후 칸 소식을 듣곤 내가 알던 것보다 더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웃음)

10. 다소 특이한 행보를 걷고 있다. 아이돌 그룹을 시작으로 칸 국제영화제까지 간다.
임시완: 나도 참 특이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너무 운이 좋았다. 나중엔 남은 운이 없을까봐 걱정이다.

10. ‘불한당을 포함해 최근 개봉했던 원라인에서도 그간 보여준 적 없는 변신을 선보였다. 변화를 위한 의도적 선택인가?
임시완: 착한 이미지로 비춰진 건 사실이지만 이런 이미지를 바꾸려는 갈증이 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감독님들이 나 대신 욕심을 내줬다. 내 이미지를 바꿔보려고 시도해줬다. 덕분에 다채로운 연기를 하게 된 것 같다.

10. 이번엔 특히나 강렬한 연기변신이다.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임시완: 내 연기를 어떻게 봐달라는 건 아니다. 연기보다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는 영화이길 바란다. 그런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10. 배우로서 임시완의 강점은?
임시완: 단 한 번도 만나기 힘든 대선배들과 만났다. 이게 나의 가장 확실하고 큰 장점이다. 선배들 만나기 전엔? 난 별거 없었다.

10. 곧 군 입대도 앞두고 있다. 경력 단절에 대한 걱정은?
임시완: 감이 떨어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기도 한데, 그간 겪어보지 못했던 경험을 하면서 또 새로운 걸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다. 반반이다.

배우 임시완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임시완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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