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wizard33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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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모르게 진짜 도봉순인 것처럼 착각해 촬영장에서 소품을 꽤 많이 부러뜨렸거든요. 감독님께 ‘제발 몰입하지 말고 가만히 좀 있으라’고 야단도 많이 맞았죠.(웃음)”

지난 15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이하 ‘도봉순’)에서 배우 박보영(27·사진)은 뭐 하나만 잘못 만지면 부서지고 으스러지는 괴력을 선천적으로 타고난 ‘힘 짱녀’ 도봉순 역을 맡아 열연했다. 18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붕대가 감긴 왼손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영광의 상처’라고 했다.

박보영은 자그마한 체구에 사랑스러운 외모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사실 그런 모습이 그에게는 오히려 콤플렉스였다. 지난해 받아본 ‘도봉순’의 기획안에서 ‘사투리 쓰며 주위 눈치 안 보는 당당한 여성 캐릭터’ 도봉순이 나쁜 놈들을 혼내준다는 설정은 단숨에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항상 이런 드라마가 있었으면 했어요. 제가 실제로 너무 작다 보니까 항상 봉순이처럼 힘이 세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었죠.(웃음). 개인적으로도 수동적인 캐릭터는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 여자로서 맡을 수 있는 캐릭터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뭔가에 목말라 있었던 것 같아요. 봉순이는 힘이 세 사회적으로 약한 위치에 서지도 않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잖아요. 봉순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제대로 했어요.”

종전 드라마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여성 영웅이란 설정에 지난 2월24일 방송된 첫 회는 3.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JTBC 역대 금토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이었다. 이후 박보영의 열연이 더해져 지난달 25일 방송된 10회는 시청률 9.668%를 돌파하며 역대 종합편성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사실 이번 작품은 시청률을 고려하지 않고 선택한 작품이거든요. 시청률이 잘 나온 건 다행인데 ‘다음 작품은 어떻게 하지’라는 부담이 생겼어요.”

박보영은 출연하는 작품마다 송중기 조정석 차태현 등 남자 주인공과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케미(케미스트리의 준말, 미디어 속 인물들이 잘 어울리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 요정’ 수식어를 얻었다. ‘도봉순’에서는 박형식(안민혁 역)과 달달한 연인 연기를 선보였다. 귀여운 강아지상의 두 사람은 ‘멍뭉 커플’로 불리며 인기를 모았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사이여서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들으면 항상 기분이 좋아요. 저한테 상대 배우 복이 있는 것 같아요. 작품을 했을 때 결과적으로 같이하게 된 분들이 다 좋았어요.”

올해로 배우 12년차가 된 박보영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늘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궁금함을 주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번에는 이런 걸 해? 다음엔 어떤 걸 하려나’란 말이 나오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더 열심히 해야죠.”

이은진 한경텐아시아 기자 dms3573@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