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댄서' 포스터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영화 '댄서' 포스터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13일 개봉하는 '댄서'는 천재 발레리노 세르게이 폴루닌의 고백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19살에 영국 로열발레단 최연소 수석 무용수로 기용된 폴루닌은 뛰어난 실력과 외모로 '발레계의 제임스 딘', '발레계의 악동(배드 보이)' 등의 별명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카메라는 폴루닌의 화려한 모습보다 아픔과 고뇌에 초점을 맞춘다. 폴루닌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가족이 보관하던 영상과 사진, 각종 미디어의 기록 영상, 가족 및 친구들의 인터뷰 등을 재구성해 시간 순으로 이야기를 전한다.

이를 통해 로열발레단 입단 2년 만에 최연소 수석 무용수 자리를 얻어냈지만 약물 복용과 8개에 달하는 문신 등의 문제로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문제인물이 된 점, 로열발레단 탈단과 이후 은퇴를 결심하기까지 가족의 붕괴가 있었다는 배경을 짚어낸다.

화질이 떨어지는 홈비디오의 비중이 높지만 폴루닌의 천진한 어린시절 모습과 연습 장면을 통해 성장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댄서'를 '로큰롤 발레 영화'로 기획한 스티븐 캔터 감독은 록음악과 과감한 화면 배치를 통해 다큐멘터리의 지루함을 일부 덜어냈다. 무대에서는 보기 어려운 섬세한 표정 연기와 근육의 움직임을 큰 화면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 대기실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점 등이 폴루닌의 팬들에게는 매력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당초 폴루닌이 은퇴무대로 기획한 독무 영상은 영화의 백미다.

폴루닌은 하와이 마우이 섬에서 아일랜드 싱어송라이터의 노래 '테이크 미 투 처치'(Take me to church)에 맞춰 그동안의 고뇌와 회한을 담아 춤춘다. 유명 사진작가 데이비드 라샤펠이 화면에 옮긴 폴루닌의 격렬하면서도 섬세한 춤사위는 대형 스크린에서 보다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2015년 라샤펠이 유튜브에 올린 해당 영상은 조회수 1900만을 돌파하며 폴루닌을 보다 많은 대중에게 알린 바 있다.

공교롭게도 폴루닌은 은퇴를 위한 춤을 추면서 본인이 얼마나 춤을 사랑하는지 깨닫고 무용수의 길을 그만두지 않기로 마음을 먹는다.

'댄서'는 영화가 메인 카피로 내세운 '신의 날개를 빌린 발레리노'의 진면목을 큰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클래식 발레 팬에게 추천한다. 다큐멘터리인 만큼 무대의 비중이 많지 않다는 점은 미리 염두에 두는 게 좋겠다. 15세 이상 관람가.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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