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프리즌’ 김래원 / 사진=쇼박스 제공
‘프리즌’ 김래원 / 사진=쇼박스 제공
청춘스타에서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배우 김래원은 자신의 20대를 떠올리며 “‘옥탑방 고양이’로 인기를 얻으면서 광고를 거절하는 게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김래원은 화려한 청춘스타로 살았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자신을 꾸미는데 익숙해졌다. 그러나 30대가 된 뒤로는 달라졌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직업을 가졌는데, 제 삶 자체가 특별해졌어요. 일상적으로 바뀌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스스로 격을 깨고 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했죠.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는 자세를 지니려했습니다.”

교도소에 갇힌 죄수들이 밤이 되면 밖으로 나와 완전 범죄를 저지르는 영화 ‘프리즌’(감독 나현, 제작 큐로홀딩스)에서 김래원은 ‘꼴통 경찰’ 유건 역을 맡았다. 뺑소니, 증거 인멸 등의 죄목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그는 교도소의 절대 제왕 익호(한석규)의 눈에 띄고 범죄에 가담한다.

김래원은 “연출자의 좋은 도구로 쓰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흥행을 하고 인기가 있더라도 금방 잊히는 오락영화가 있지만 완성도 있는 작품은 배우 인생에 좋은 족적을 남기는 것”이라며 “‘프리즌’은 나현 감독님이 직접 시나리오를 썼고, 영화를 만들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어떻게 찍어나갈지에 대한 이야기가 명확했다. 내가 좋은 도구로 쓰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다”고 했다.

처음 시나리오에서 유건은 악질 경찰로 묘사돼있었다. “더 좋은 도구가 되기 위해 영화 촬영 전에 회의를 했다”던 김래원은 감독과의 상의를 통해 극에 재미를 줄 수 있는 꼴통 경찰로 캐릭터의 이미지에 변화를 줬다.

“그 회의를 오래했고, 감독님이 (유건 캐릭터를) 수정 했어요. 인물이 좀 편해졌죠. 피식피식 미소도 줄 수 있고, 내추럴한 느낌이 됐어요.”

‘프리즌’ 김래원 / 사진=쇼박스 제공
‘프리즌’ 김래원 / 사진=쇼박스 제공
한석규와 작품으로 만나는 건 처음이지만 두 사람의 인연은 꽤나 깊다. 낚시라는 공통의 취미로 8년 전부터 막역한 사이로 지내고 있다.

“제가 낚시를 한다는 걸 알고 선배님에게서 낚시 같이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충주댐에서 처음 만났죠. 성향이 잘 맞았어요. 서로가 말이 없거든요. 마주보고 있는데도 다섯 시간 동안 서로 한마디도 안 한 적도 있다니까요.(웃음)”

1997년 드라마로 데뷔한 김래원에게 데뷔 20년차라고 말하니까 손사래를 쳤다. 요즘은 자신의 나이를 듣고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연기를 시작했지만 아직도 연기는 어렵다.

“한석규 선배가 남자 배우는 마흔 살부터라고 살살하라고 하더라고요. 고민이 많아요. 저랑 같이 시작했던 배우들 중에 남은 배우들이 많이 없어요. 친구인 (조)인성이도 꽤 일찍 시작했는데 저보다는 늦거든요. 얼마 전에 둘이 만나서 아주 긴 이야기를 나눴죠.”

김래원은 “20대 때는 예쁘고, 멋있게 보이려고 했다”며 “이제는 그런 건 없다. 더 큰 걸 보고 있다. 영화가 잘 되기 위한 연기의 밸런스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아주 디테일하다”고 했다. ‘프리즌’을 위해서는 먼저 교도소와 친해지려 노력했다. ‘프리즌’은 지금은 폐쇄된 전남 장흥 교도소에서 촬영했다.

‘프리즌’ 김래원 / 사진=쇼박스 제공
‘프리즌’ 김래원 / 사진=쇼박스 제공
“교도소에 처음 들어갔는데 서늘하고 음산했어요. 진짜 수감자들의 낙서도 있고, 피 냄새나 절은 내도 나더라고요. 생동감이 있었죠. 환경에 적응하려고 촬영장에도 일찍 가고 그 공간에 자유롭게 있었어요. 공간과 어색하지 않은 것도 중요해요. 그 공간이 익숙해지면 제 얼굴도 자연스럽게 그곳과 어울리는 얼굴로 바뀌어요. 화려한 옷을 안 입던 사람이 입으면 어색해 보일 수도 있잖아요. 아, 그런데 나 되게 잘한 것처럼 얘기한다. 하하.”

김래원은 지난해 SBS ‘닥터스’를 끝내고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중경삼림’, ‘화양연화’ 등 왕가위 감독 작품이나 ‘캐스트 어웨이’ 같은 명작들을 봤다. 그는 “그런 영화들을 보면서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잘 만들어도 지금은 흥행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통멜로도 하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가볍고 유쾌하고 보기 편한 영화가 잘 되니까 많이 만들어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한국 영화계가 점점 더 익어가고 있는 상황이니까 타이밍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시나리오를 많이 보고 있어요. 딱히 구분을 짓는 편은 아니에요. 영화도 두 편 정도 좋은 게 있어요.”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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