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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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이 독특하고 액션 볼거리가 가득한 영화입니다. 킬리언 소령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성장 영화이기도 하죠. 제가 소령의 여정에 공감한 것만큼 관객들도 공감하길 바랍니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에서 주인공 미라 킬리언 소령 역을 맡은 영화배우 스컬릿 조핸슨(33·사진)은 17일 이렇게 말했다. 서울 삼성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영화 홍보를 위해 처음 방한한 그는 “예전부터 한국을 방문하고 싶었는데 드디어 오게 돼 기쁘다. 열광적인 영화 팬이 많은 한국 관객들에게 이번 영화를 알리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영화의 원작은 1989년 일본 작가 시로 마사무네가 출간한 만화 ‘공각기동대’다. 기계와 인간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진 세상이 배경이다. 원작 시리즈는 1995년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된 이후 소설과 비디오 게임, TV 애니메이션 등으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모았다. 조핸슨은 “원작 만화와 애니메이션 모두 수많은 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오랫동안 사랑받은 시리즈의 첫 실사영화에 참여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부담도 느꼈단다.

“이 영화 작업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원작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제작사 측에서 대본과 함께 건네준 애니메이션 자료를 보았는데 ‘쉽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원작을 어떻게 실사화할 수 있을지 상상이 잘 가지 않았거든요. 이야기가 상당히 철학적이라는 점에서도 까다로워 보였죠. 하지만 그래서 더욱 이 영화에 끌리기도 했습니다.”

사이보그의 액션·내면 연기 쉽지 않았죠
그가 연기한 킬리언 소령은 사이보그 인간이다. 의문의 사고를 당한 뒤 뇌만 살아남은 여성의 뇌를 기계 몸체에 연결해 만들었다. 이전의 기억을 대부분 잃은 그는 섹션9이라는 특수부대에 소속돼 이름 대신 ‘소령’으로만 불리며 사이버 테러 조직을 쫓는 요원으로 활동한다. 영화는 소령이 자신의 존재와 과거 사건에 의문을 가진 뒤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조핸슨은 “이번 영화를 찍는 동안 지금껏 해보지 못한 경험을 했다. 덕분에 배우로서 많이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소령 역을 맡은 것은 제게 신체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큰 도전이었습니다. 액션 연기를 할 때는 성능이 뛰어난 기계 요원처럼 보여야 했어요. 평소에는 정체성 위기를 겪으며 혼란스러워하는 인물의 심정을 표현하고요. 인간과 동떨어진 존재를 연기하면서 기저에 깔린 복잡한 인간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까다로웠습니다.”

킬리언 소령은 원작 만화에서 일본인으로 나온 구사나기 모토코를 모티브로 한 등장인물이다. 지난해 영화 캐스팅이 발표되자마자 동양인 역을 백인이 연기한다는 ‘화이트 워싱’ 논란이 일었던 이유다. 조핸슨은 영화에서 금발을 검은색으로 염색하고 연기했다. 그는 “다른 인종 흉내를 내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며 “내가 이 역을 맡을 만한 사람인지는 영화를 본 관객이 판단하도록 놔두고 싶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