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서프라이즈’ / 사진=방송 화면 캡처
‘서프라이즈’ / 사진=방송 화면 캡처
‘세기의 대결’이 ‘세기의 졸전’이 된 이유가 공개됐다.

12일 방송된 MBC ‘서프라이즈’에서는 20세기 최고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와 그에게 맞선 일본의 안토니오 이노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1976년 종목이 다른 알리와 이노키의 대결이 펼쳐졌다.

앞서 알리는 우연히 일본 아마추어 레슬링 협회장을 만났고 “누구라도 날 이기면 백만 달러를 주겠다”고 농담했다. 이가 일본 언론에 퍼졌고, 알리가 동양 선수의 도전장을 기다린다는 기사가 대서특필됐다.

당시, 일본 레슬링 협회에서 퇴출해 신일본 프로 레슬링 단체를 설립했던 이노키는 흥행을 위해 관심을 끌 생각으로 도전장을 냈다.

두 사람은 기자회견장에서 노골적으로 신경전을 펼쳤다. 사실 두 사람은 짜여진 각본 대로 경기를 할 생각이었다. 알리가 이노키를 공격하고, 이노키는 피를 흘린다. 그 순간 알리가 등을 보이고 이노키는 그런 알리를 덮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경기는 각본과 다르게 진행됐다.경기 직전 알리는 이노키를 찾았다. 리허설에 대해 물었던 것. 하지만 이노키는 실제 싸움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노키는 애초부터 짜인 각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상대가 방심한 사이 뒤에서 공격하는 엔딩이 자신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까 걱정했던 것.

결국 두 사람은 레슬링과 권투의 대결에서 새로운 규칙을 정하며 열을 올렸다. 하지만 합의점을 찾기 힘들었고, 양측은 회의 끝에 몇몇 프로 레슬링 기술을 제안했다.

경기에서 서로에게 지기 싫어 자신이 원하는 포지션을 고집했다. 이노키는 경기 내내 바닥에 누워 알리의 다리를 공격했고, 알리는 그를 자극했다. 결국 두 사람은 제대로 된 경기를 진행하지 못했다. 결과는 무승부였다. 세기의 대결로 이목을 끌었던 경기는 ‘세기의 졸전’이 됐다.

이후 격투에서 한 명이 누워있고 한 명이 주변을 도는 포지션을 ‘이노키 알리 포지션’으로 부르게 됐다. 두 사람은 졸전 이후 친분을 쌓았다. 이노키의 은퇴식엔 알리가 참석했고, 알리의 사망 소식엔 누구보다 먼저 이노키가 달려와 자리를 지켰다고.

권투와 레슬링의 대결 이후 서로 다른 종목의 격투 대결이 이목을 끌기 시작했고, 이후 이종격투기가 성행했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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