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랑의 영화랑] 누명 쓴 남자들의 반격…'조작된 도시' vs '재심'
영화관은 그리 달라진 것 없지만 영화표 가격은 어느 새 1만 원이 훌쩍 넘었습니다. 4인 가족이 주말 영화 나들이 한번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죠. 데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만 보나요. 캐러멜 팝콘도 먹고 싶고, 콜라도 먹어야 하니까요. 주머니 사정을 감안하면 영화 선택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잘 빠진 예고편에 낚이는 일 없어야겠죠. 실패 없는 영화 선택을 위해 매주 새로 개봉하는 신작들을 먼저 만나봅니다. 당신(의 시간과 돈)은 소중하니까요.

◆ 조작된 도시 (Fabricated City)
박광현 감독 |지창욱, 심은경, 안재홍 출연 |SF 범죄 액션 | 2월9일 개봉
[김예랑의 영화랑] 누명 쓴 남자들의 반격…'조작된 도시' vs '재심'
'웰컴 투 동막골'로 감동과 웃음을 줬던 박광현 감독이 12년의 담금질 끝에 '조작된 도시'를 내놨습니다.

이 영화는 뻔한 히어로물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보입니다. 특히 게임을 접목해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모호할 정도로 신선한 비주얼을 자랑합니다.

이야기는 전직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이지만 하루하루 PC방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권유(지창욱)를 통해 시작됩니다.

권유는 게임에서 치밀한 전략 전술을 구사하는 완벽한 리더지만, 현실에서는 단돈 1만 원도 없는 별 볼 일 없는 백수입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한창 게임에 열을 올리던 사이, 누군가 놓고 간 휴대폰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사례비를 주겠다는 말에 모텔에 갑니다.

이후 권유는 미성년자 살인 강간이라는 잔혹한 범죄의 용의자로 몰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절망에 빠져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찰나, 자신의 결백을 믿어주는 게임 멤버들을 만나 누명을 벗기 위한 짜릿한 반격을 가하기 위해 나섭니다.

'조작된 도시'의 오프닝은 FPS (First Person Shooting) 게임 속 영상을 모니터 화면이 아닌 현실로 끄집어내 보는 이가 실제 전투에 참여하는 것 같은 체험을 하게 합니다.

게임이 더 현실 같고 현실이 더 게임 같다는 박광현 감독의 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힐러', 'THE K2' 등에 출연했던 지창욱은 첫 스크린 도전에서 액션배우로 자리매김합니다.

박광현 감독의 전작에서 회자되는 '팝콘신'과 유사한 방식의 '쌀알 액션'은 지창욱의 재능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권유와 멤버들의 기동력을 높이는 것은 바로 경차 마티즈입니다. 슈퍼카 부럽지 않은 마티즈 자동차 추격신은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이들은 폐차 직전의 마티즈에 외제차 엔진을 달고 세상에 맞섭니다. 미약한 존재이지만 꿋꿋이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투영됩니다.

'누구나 살인자로 조작될 수 있는 세계'라는 발상에서 시작된 이 영화는 평범한 이들이 권력과 기득권층에 맞서 반격하며 통쾌한 전개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합니다.

한 줄 평 : 국민경차 마티즈!


◆ 재심 (New Trial)
김태윤 감독 |정우, 강하늘, 김해숙 출연 |드라마 |2월15일 개봉
[김예랑의 영화랑] 누명 쓴 남자들의 반격…'조작된 도시' vs '재심'
2000년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가 12차례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살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최 모 군은 범인으로 지목되고 10년 형을 살고 나옵니다. 이후 재심 전문 변호사 박준영을 만나면서 누명을 벗기 위한 긴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16년 뒤 최 군은 무죄를 선고받았고 진범은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재심'은 우리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뉴스를 통해 공분을 샀던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입니다.

김태윤 감독은 실존 인물인 최 군과 박준영 변호사를 면밀히 취재해 스크린으로 옮겼습니다.

영화는 실화의 힘을 증명하듯 몰입도 높은 전개로 관객의 이목을 붙잡습니다.

특히 주연배우 정우, 강하늘, 김해숙은 진정성 있는 연기로 '명불허전'임을 증명하죠.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 이야기의 골자는 관객에게 숨 막힐 듯 답답한 현실을 떠올리게 합니다.

특히 경찰의 강압적 수사와 증거 조작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현우(강하늘)가 10여 년 후 세상에 나왔을 때 그를 외면하는 현실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합니다.

또 '한 방'을 노리던 변호사 준영이 명성을 위해 나섰던 재심 사건을 계기로 직업 의식과 인생 모토를 바꾸는 모습은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재심'은 주인공들이 사건과 사람으로 인해 점점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며 관객을 공감과 감동의 순간을 안깁니다.

이 영화의 유일한 약점은 뉴스가, 현실이 '스포일러'라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는 충분합니다. 암울한 현실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나설 수 있는 용기를 주기 때문이죠.

한 줄 평 : 실화영화의 힘.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오퍼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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