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은 그리 달라진 것 없지만 영화표 가격은 어느 새 1만원이 훌쩍 넘었습니다. 4인 가족이 주말 영화 나들이 한번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죠. 데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만 보나요. 카라멜 팝콘도 먹고 싶고, 콜라도 먹어야 하니까요. 주머니 사정을 감안하면 영화 선택에 더욱 신중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잘 빠진 예고편에 낚이는 일 없어야겠죠. 실패 없는 영화 선택을 위해 매주 새로 개봉하는 신작들을 먼저 만나봅니다. 당신(의 시간과 돈)은 소중하니까요.

◆ 더 킹 (The King)
한재림 감독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 출연 |범죄 드라마 |1월18일 개봉
영화 '더 킹'
영화 '더 킹'
안.구.정.화. 9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조인성과 '명불허전' 정우성의 만남만으로도 이 영화를 선택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영화는 목포에서 주먹 꽤나 쓰는 '평범한' 날라리 고등학생 박태수(조인성)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동네를 주름잡는 삼류 인생 아버지 덕에 무서울 것 하나 없던 그는 검사에게 꼼짝없이 당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진정한 권력을 동경하게 됩니다.

세상을 무릎 꿇게 하는 '검사'가 되고 싶은데 태수는 수업 시간만 되면 곯아떨어집니다. 어느날 롤러스케이트장에서 태수는 만화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을 보게 됩니다. 공부를 꼭 학교에서 하라는 법은 없는 거죠.

롤러장에서, 분식집에서...'백색소음'이 들리는 모든 장소는 태수의 공부방이 됩니다. 온 우주의 기운이 그를 돕듯 우여곡절 끝에 서울대학교에 입학하고, 사법시험을 통과합니다.

검사가 된 태수는 이내 개천에서 난 용은 승자독식 사회에서 미꾸라지 밖에 못된 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알량한 직업윤리를 내려놓고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자들을 주무르는 한강식(정우성)의 라인을 탑니다. '무소불위' 권력의 세계는 그가 어릴 적 꿈꿨던 대로 화려하고, 우아합니다.

선배 검사 한동철(배성우)은 "사건도 김치처럼 맛있게 묵혔다가 제대로 익었을 때 먹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강식, 한동철, 박태수가 소속된 전략 3부는 그들의 설계대로 사건을 은폐, 폭로하는 것을 반복합니다. 대기업 오너도, 차기 대선후보도, 머리를 조아립니다.

이들이 유일하게 계획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국민의 '투표'입니다. 굿판을 벌이면서 까지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을 막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결국 또 다른 파국을 맞게 됩니다.

'더 킹'은 블랙 코미디 입니다. 한 남자가 권력의 맛을 보고 화려한 세계를 맛보는 과정은 판타지처럼 느껴질 만큼 황홀하게 표현됩니다.

클론의 '난', 자자의 '버스 안에서'를 부르며 춤을 추는 정우성, 조인성, 배성우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운 코미디 같죠. 고상한 펜트하우스와 이들의 환락 파티는 기묘한 대조를 이루면서 풍자는 극대화됩니다.

영화는 1980년대부터 2010년까지 대한민국 격동의 30년을 태수의 눈으로 서사합니다. 전두환부터 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서거 장면 까지 거대한 현대사를 절묘하게 담았습니다.

'더 킹'은 진지하고 무거울 수 있는 소재이지만 굳이 사회적 메시지를 강조하지 않습니다. 가볍고 경쾌한 톤으로 권력의 민낯을 드러내면서 관객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합니다.

한 줄 평 : 요즘 부쩍 재밌어진 뉴스만큼 재밌다.

◆ 공조
김성훈 감독 |현빈, 유해진, 김주혁, 윤아, 장영남 출연 |액션 |1월18일 개봉
[김예랑의 영화랑] '더 킹' 조인성 vs '공조' 현빈, 퍽 난감하군
현빈표 액션과 유해진표 코미디가 공조를 이룹니다. 이토록 조화로운 콤비물이 있었나요.

영화는 북한 특수부대 출신 형사 림철령(현빈)이 위조지폐 동판을 탈취하려는 북한 범죄조직 리더 차기성(김주혁)에게 당하면서 시작합니다.

대기 명령을 어기고 뛰어든 현장에서 철령은 사랑하는 아내와 동료를 잃게 됩니다.

철령은 당의 명령으로 차기성에게 복수할 기회를 얻게 되죠. 남한으로 도피한 차기성과 그의 무리를 잡기 위해 결성한 '남북 공조 수사'를 통해서죠.

북한의 속내가 의심스러운 남한은 정직 처분 중인 형사 강진태(유해진)에게 공조 수사를 위장한 밀착 감시를 맡깁니다. 진태는 국정원 명령에 따라 철령의 모든 수사를 무조건 방해해야 하죠.

24시간을 함께하라는 지시에 따라 그를 아내(장영남), 처제(윤아), 딸(박민하)과 함께 사는 집에 머물게 합니다. 그렇게 서로는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진태 또한 철령에게 동료애를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그의 수사를 돕고 맙니다.

그러나 차기성은 보통 '놈'이 아닙니다. 그들의 무리 또한 수많은 전쟁에서 무수한 사람들을 죽이고 살아남은 '살인 용병'입니다.

생활 격투밖에 할 줄 모르는 남한 형사 유해진과 '본 시리즈'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비현실적 외모의 북한 형사 현빈의 '공조'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시크릿 가든', '내 이름은 김삼순' 등 로맨틱 코미디에 주로 출연했던 현빈은 필모그래피에 획을 그을 만한 액션 연기를 선보입니다.

기억에 남는 대사는 없습니다만, 그의 눈빛과 몸짓은 오랫동안 여성 관객들의 뇌리에 남을 것 같습니다. 특히 차 액션신에서 선보이는 총격신은 탄성이 나올 정도죠.

지난해 '럭키'를 통해 원톱 주연으로 발돋움한 유해진은 그가 가장 잘해온 생활 코미디 연기를 선보입니다.

그러나 유해진이라는 존재 자체는 자칫 무겁게 흐를 수 있는 '남북 공조 수사'라는 소재를 코미디로 만들어 버립니다.

현빈과 유해진 외에 주조연 배우들의 흡입력도 상당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 첫 악역을 맡은 김주혁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였던 '구탱이형' 이미지를 탈피했습니다. 유해진 아내 역의 장영남 또한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유해진의 애드립을 찰떡같이 받아냅니다.

윤아는 아주 용기 있는 선택을 했습니다. 유해진 처제라는 작은 배역으로도 사랑스럽고 발랄한, 자신만의 매력을 십분 드러냈으니까요.

'공조'는 한국 코미디 영화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극의 구조는 다소 허술하고 상영시간 또한 긴 데다 카타르시스를 느낄만큼 통쾌한 결말도 아니죠. 하지만 웃깁니다.

특히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기습적으로 나오는 '쿠키 영상'까지 봐야 합니다. 너무 서둘러 화장실로 달려가지 마세요. 끝까지 '웃기는' 영화니까요.

한 줄 평 : 현빈 군 생활 잘 한 듯.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더킹' NEW, '공조' 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