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개봉해 2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라라랜드’.
지난 7일 개봉해 2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라라랜드’.
“꿈꾸는 바보들을 위하여. 비록 미치광이 같은 그들이지만 부서지는 가슴을 위하여. 망가진 삶들을 위하여.”

꿈은 저 먼 곳의 반짝이는 별과 같다. 닿을 듯 닿지 않는 별을 향해 끊임없이 손을 뻗어보지만, 세상은 냉소를 보일 뿐이다. 영화 ‘라라랜드’의 여주인공 미아(에마 스톤 분)에게도 마찬가지다. 연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과 각자의 꿈을 응원하고 달려가지만 늘 실패한다. 미아는 힘겹게 기회를 얻어 다시 오디션을 본다. 이 자리에서 그는 노래 ‘오디션’을 부른다. ‘꿈꾸는 바보’인 자신, 그리고 모든 청춘과 관객을 위한 음악이다.

뮤지컬 영화가 20~30대 젊은 층의 입소문을 타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라라랜드’ ‘씽’은 각각 박스오피스에서 2위와 4위를 차지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위플래시’를 감독한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라라랜드는 지난 7일 개봉한 이후 20일 이상 흥행을 이어가며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1일 개봉한 씽은 가스 제닝스 감독의 애니메이션으로 75만명을 넘어섰다.

두 작품은 모두 미완성의 청춘, 현실에 치여 꿈꾸기조차 쉽지 않은 이들의 얘기를 다룬다. 라라랜드에는 자신의 재즈클럽에서 자신만의 음악을 들려주길 원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 배우 지망생 미아가 등장한다. 씽에선 노래를 부르고 싶어도 현실 앞에 힘겨워하는 동물들이 나온다. 새끼 25마리를 둔 엄마 돼지 로지타, 아버지를 따라 하기 싫지만 절도를 해야만 하는 고릴라 조니, 무대 공포증이 있는 코끼리 소녀 미나 등이다. 이들은 오디션이란 커다란 벽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부딪치며 성장한다.

영화에서 음악은 소재인 동시에 현실의 아픔을 잊고 환상으로 이들을 이끄는 매개체가 된다. 관객 역시 영화 속 주인공들의 노래를 들으며 지친 마음을 달랜다. 미완의 현실이 음악을 만나 아프지만 아름답게 완성되는 느낌이다.

흥행 열기와 함께 영화 OST도 인기를 얻고 있다. 9일 발매된 라라랜드 OST 앨범은 1만5000장 넘게 팔렸다. 씽에 나온 스티비 원더의 ‘Faith’ 등도 각종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두 작품 모두 고전 뮤지컬 영화와 형식은 비슷하다. 그러나 스토리와 음악이 따로 논다는 뮤지컬 영화의 단점을 극복했다. 대사 사이에 음악이 자연스럽게 가미돼 현실과 환상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현실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라라랜드의 결말도 화제다. 꿈과 사랑을 모두 이루는 마법 같은 결말은 아니다. 그러나 아쉬움을 가득 담아 과거를 재해석한다. 있었던 그대로를 회상하는 기존 플래시백과는 다른 독특한 기법이다. 이를 통해 관객은 아련함과 그리움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