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영화 ‘판도라’, ‘터널’, ‘부산행’ 메인 포스터 / 사진제공=NEW, 쇼박스
영화 ‘판도라’, ‘터널’, ‘부산행’ 메인 포스터 / 사진제공=NEW, 쇼박스
올해 한국 영화계의 화두 중 하나는 단연 ‘재난’이었다.

천만 영화 반열에 오른 ‘부산행’(감독 연상호)부터 700만 관객을 동원한 ‘터널’(감독 김성훈)까지, 재난 영화들은 대중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으며 장르물의 흥행 한계를 뛰어넘는 이변을 일으켰다. 7일 개봉한 ‘판도라’(감독 박정우)는 개봉을 하루 앞두고 예매율 1위에 오르는 등 뜨거운 기대를 입증했다.

마니아 층을 주 타깃으로 하는 장르 영화로 분류됐던 재난 영화가 계속 제작되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손익 계산이 분명하기로 알려진 영화계에서 재난 영화에 대한 대중들의 수요를 확신하게 된 계기는 또 무엇일까. 실제로 ‘판도라’는 총 제작비만 155억 원으로, 손익분기점은 약 500만 명이다.

판도라의 배급을 맡은 NEW 측은 되려 자신감을 표현했다. 원전 재난물이 블록버스터로 제작되는 건 ‘판도라’가 최초고, 소재도 참신하기 때문이다. 극사실주의 전개 역시 강점이며, 시의성도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NEW 관계자는 “시의성을 고려했을 때 현재 우리 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영화라고 판단했다”며 “올해 ‘부산행’과 ‘터널’ 등 유독 많은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사랑을 받았고 ‘판도라’가 올해의 대미를 장식하는 블록버스터가 됐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재난 영화’가 다루는 재난의 종류에 집중했다. ‘부산행’이나 ‘터널’, ‘판도라’ 등이 다루고 있는 것은 자연 재난이 아닌 사람에 의한 ‘인재’(人災)’라는 것. 결국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에 짙게 드리워졌던 ‘안전 불감증’(위험에 대한 인식이 둔감하여 안전하지 못한 행위를 거리낌 없이 하는 태도 또는 풍조)과 그로 인한 후진국형 재난(4대강 사업과 세월호 참사 등)이 대중으로부터 커다란 공감대와 실질적 문화 수요까지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형 재난 영화’는 그 대응 과정에서 드러나는 정책 시스템의 부재와 그로 인한 시민들의 생존 분투기에 주안점을 둔다”며 “인재와 컨트롤 타워 부재 문제는 사실 ‘시사다큐’ 등 다큐 프로그램이나 다큐 영화에서 앞서 다뤘던 내용이다. 하지만 동일한 이슈가 다양성 영화에서 상업 영화로 표출되었다는 점은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무능한 정부를 풍자하는 ‘한국형 재난 영화’의 막을 처음 열었던 것은 ‘괴물’이다. 하지만 그 이후로 4대강과 세월호 참사 등 한국형 재난은 계속 일어났고, 대중의 불신은 쌓이기만 했다”며 ‘인재(人災)’의 판도라가 열린 지는 오래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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