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려진 시간'이 개봉 2주 만에 박스오피스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금까지 '가려진 시간'의 누적 관객은 약 51만 명이다.

70억 원이 투입된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약 200만 명. 본격적인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대작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어 장기 상영을 통한 제작비 회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검사외전'(2016)이 971만명을 동원한 것을 비롯해 '검은 사제들'(2015) 544만명, '두근두근 내 인생'(2014) 162만명, '군도:민란의 시대'(2014) 480만명 등 강동원이 주연한 영화마다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작품의 흥행 부진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가려진 시간'은 의문의 실종사건 후 시공간이 멈춘 세계에 갇혀 홀로 어른이 되어 돌아온 성민(강동원)과 그의 말을 믿어준 단 한 소녀 수린(신은수)의 이야기를 다뤘다.

강동원의 출연과 함께 한국영화로서는 보기 드문 판타지 장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 영화를 연출한 엄태화 감독은 전작 '잉투기'로 '괴물 같은 신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감독이어서 기대치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강동원은 10대의 감성을 지닌 어른의 모습을 섬세한 내면 연기로 보여줬고, 아역배우 신은수도 발군의 연기력을 발휘하며 단숨에 충무로의 신예로 떠올랐다.

개봉 이후 관객들의 평가도 비교적 후한 편이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아련하고 여운이 많이 남는다", "오묘하다" 등의 평을 남겼다.

네이버 관객 평점도 8.27로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멈춘다'는 판타지 설정이 다소 낯설게 다가간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강동원과 아역배우 신은수의 관계 설정이 어중간해 감정이입이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소재는 이색적이었지만, 로맨스를 기대했던 관객에게 초등학생 여주인공과 배우 강동원의 우정도 아니고 사랑도 아닌 감정이 쉽게 와 닿지 않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일각에서는 강동원이 영화 시작 40분 만에 등장해 '강동원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가려진 시간'은 흥행 성적을 떠나 그 자체로도 한국영화사에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참신한 도전으로 한국영화 소재의 지평을 한층 넓혔고, 멈춰진 세계라는 가상의 세계를 상상력과 기술력을 동원해 잘 구현한 점, 믿음이라는 주제를 신선한 소재로 짜임새 있게 풀어낸 감독의 연출력 등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