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달의 연인’ 화면 캡처 / 사진=SBS 제공
‘달의 연인’ 화면 캡처 / 사진=SBS 제공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이었다. ‘달의 연인’이 열린 결말의 새드엔딩으로 고려에서 이루어지지 못한 이준기와 이지은의 사랑이 슬픔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임을 암시했다. 흔치 않는 새드엔딩으로 인해 아련함이 폭발하며 눈물 짙은 여운을 남겼고, 열린 결말로 새로운 세계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새롭게 시작될 것임을 암시했다.

지난 1일 방송된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극본 조윤영, 연출 김규태, 이하 달의 연인) 마지막 회에서는 자신의 건강보다 광종(이준기)의 아이를 출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그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고 떠난 해수(이지은)와, 해수의 죽음 이후 그를 그리워하며 잊지 못하는 외롭고 쓸쓸한 광종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광종은 자신을 시시때때로 위협하고 형제들을 살해하는데 일조한 8황자 왕욱(강하늘)과 해수가 과거 혼인을 약속한 사이임을 알고 분개했고, 자신의 곁에서 절대 떠나지 못하게 했던 해수를 14황자 왕정(지수)에게 보내며 출궁시켰다. 해수 앞에서 냉정한 군주였으나 그는 누구보다 여렸고, 해수를 잊지 못하고 사람을 보내 해수의 소식을 듣는 등 누구보다 해수를 은애하고 있었다.

이는 해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해수는 광종의 아기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오히려 차분했고 기력이 좋지 않아 아기씨를 고집하다가 큰일이 날 수 있다는 태의의 말에 “아기만 무사하면 상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매일 광종을 그리워하며 돌에 그의 얼굴을 그렸고, 늘 그와 함께 있는 것처럼 그의 환영을 보는 등 매일 그리워했다. 하지만 광종은 14황자 왕정과 해수가 부쩍 가까워진 모습에 분노했고 불이 꺼진 방에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걸 보며 더 이상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지 말라고 명했다.

해수가 품었던 아기는 태어났고 해수의 기력은 최대치로 나빠졌다. 해수는 14황자 왕정에게 서신을 전하며 “제가 보고 싶습니다”라며 황제에게 전해달라고 했으나 황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결국 해수는 14황자 왕정의 품에서 숨을 거두고야 말았다. 이 사실을 안 광종은 슬픔으로 가득 찼다. 14황자 왕정이 전한 서신이 해수가 보낸 것이라고는 전혀 몰랐던 광종은 해수가 세상을 떠나고서야 서신을 보게 된 것.

해수는 서신에 ‘아직까지 사랑 때문에 화를 내고 원망하나요? ‘사랑하다’의 반대는 ‘미워하다’가 아니었어요. ‘버리다’였습니다. 여전히 사랑합니다. 빗 속에서 모든 걸 내버리고 내 곁에 섰을 때, 날 위해서 날아든 화살에 몸을 던졌을 때, 당신을 평생 잊을 수 없게 됐습니다. 그립고 또 보고 싶지만 가까이 할 수가 없어요 다정한 사람의 무정함에 지쳐갑니다. 굽이진 울타리 안에서 다시 만나기를, 매일 당신이 오시기를 기다립니다’라고 남겼고, 광종은 울부짖으며 해수를 향해 달려갔으나 이미 해수는 그 자리에 없었다.

사천공봉(최지몽)은 궁을 떠나며 광종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최지몽은 “해수아가씨는 어쩌면 이 세계 분이 아니셨을 겁니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생각되는 일이 한 둘이 아니거든요. 그러니 그만 잊으십시오. 닿을 수 없는 분을 그리워하면 저처럼 됩니다”라며 인사를 하고 홀연히 떠났다. 그리고 광종은 8황자 왕욱까지 저 세상으로 떠나버리고 13황자 백아(남주혁)까지 떠나 오롯이 혼자가 된 상황에서도 해수를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한 것.

이 밖에도 “너와 나의 세계가 같지 않다면 내가 널 찾아가겠어. 나의 수야”라는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두 사람이 행복함으로 가득 찼던 지난 날의 모습, 해수가 광종에게 “우리가 “다른 세계, 다른 시간에서 만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껏, 정말 마음껏 사랑만 했을 텐데요”라고 하는 장면과 광종이 해수를 번쩍 업어 든 모습이 공개되며 두 사람의 아련함과 짙은 여운은 더욱 폭발했다.

이처럼 고려에서의 삶은 해수의 죽음으로 인해 새드엔딩을 맞이했지만, 해수를 향해 올곧게 직진했던 광종의 선전포고 같은 마지막 대사는 두 사람의 사랑이 끝나지 않았음을 암시하는 열린 결말이었다.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들며 어디선가 다시 시작될, 그리고 해수를 찾아갈 광종의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며 시청자들의 가슴 한 켠에 아련함과 두근거림을 선사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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