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록키' 개막 하루 앞두고 돌연 취소
라이선스 뮤지컬 ‘록키’가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28일 돌연 공연을 취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공연제작사 엠뮤지컬아트는 이날 관람권 예매처를 통해 “29일 프리뷰 공연으로 개막할 예정이던 뮤지컬 ‘록키’ 공연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어 “준비 과정의 난항이 매출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첫 공연을 앞두고 공연 취소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많은 손실과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공연을 취소해야 했다”고 말했다. 엠뮤지컬아트는 예매수수료와 배송료를 포함한 관람권 구매금액 전액을 환불하기로 했다.

할리우드 스타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록키’는 아시아 초연작으로 주목받았다. 배우 신구, 송창의, 신성우, 김도현, 윤형렬 등이 출연키로 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작품 출연 제의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 남자 배우가 성추문에 휩싸이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겉은 더 크고 화려해졌지만 속은 부실한 뮤지컬업계의 체질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작품 규모가 커지고 수가 늘면서 배우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제작비도 급상승했지만, 매출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 역시 임금 체불, 대관료 미납 등 재정난에 허덕이던 제작사가 다음 공연에 대한 투자 유치와 예매 수입 등으로 현재의 비용을 충당하는 ‘돌려막기’를 하다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작사는 10~11월로 예정된 뮤지컬 ‘잭 더 리퍼’의 지방 공연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당시 대관처 중 한 곳이었던 울산 현대예술관은 공연 취소 이유를 “배우와 스태프의 임금 미지급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작사의 출연료 및 임금 미지급 사태는 공연계에 만연한 병폐다. 올해 9~10월 공연한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는 지난해 공연 때 참여한 스태프에 보수를 주지 않고 올해 다시 고두심, 이종원, 안재모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돌아와 비판을 받았다. 애드리안 역을 맡았던 배우 김지우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며 “공연이 취소됐다는 소식도 전화로 통보받고, 대표라는 분들은 공연 연습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얼굴 한 번 본 적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뮤지컬업계에서는 세월호 참사 등으로 중견 뮤지컬 제작사가 연이어 도산 위기에 몰렸던 2014년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