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그우먼 이국주 씨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계란말이, 인스턴트 순대볶음, 맥주를 산다. 삼각김밥을 해체해 으깬 뒤 계란물을 입혀 ‘밥전’을 만든다. 계란말이에 치즈를 올려 전자레인지에 돌리자 멋진 안주 메뉴가 탄생한다. 맥주에 복분자를 넣어 ‘복분자 맥주’도 만들었다. TV를 시청하며 마시는 ‘혼술’은 꿀맛이다.

#2. 가수 김건모 씨의 하루는 게임으로 시작해 게임으로 끝난다. 오죽하면 ‘겜건모’라는 별명을 얻었을까. 미팅 자리에 나가 상대를 기다리는 순간에도 게임을 한다. ‘클래시 오브 클랜’ 이용자 정모(정기 모임)에 참석해 게임 전략을 조언하는가 하면 자신만의 노하우도 전수한다. 그의 어머니는 “(게임을) 재미삼아 하는 줄은 알았는데, 동호회까지 나가는 줄은 정말 몰랐다”며 한숨을 쉬었다.

예능, 일상에 빠지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와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에 나온 이국주 씨와 김건모 씨가 자신의 일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유명인의 일상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일상형 예능 방송이 인기다. 독신 남녀와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남들은 어떻게 생활할까’에 관심이 더 높아져서다. 보통 사람처럼 똑같이 편의점 음식을 먹고, 게임에 빠져 사는 유명인의 모습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예능, 일상에 빠지다
일상을 벗어난 장소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을 담은 경우도 많다. 한적한 바다마을에서 낚시를 하고,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 tvN ‘삼시세끼’, 지난 7월 종영한 올리브 TV의 ‘조용한 식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조용한 식사’는 연예인 혹은 일반인이 아무 말도 없이 혼자 밥먹는 모습을 담아 화제를 모았다. 이들 방송은 과도한 설정·악마의 편집 같은 ‘조미료’를 빼고 ‘재료’의 맛을 살린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보여주거나, 주인공의 진솔한 모습을 살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이 매력이다. 현장에 함께 있는 듯 시청자가 편안하게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이유다.

예능, 일상에 빠지다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으로 여기던 ‘빨래’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22일부터 온스타일에서 방영되는 ‘런드리 데이’는 연예인의 빨랫감을 들여다보는 ‘세탁 토크쇼’다. 빨래를 통해 옷에 담긴 추억과 기억을 끄집어낸다. 애인에게 차이던 날 입었던 원피스, 소개팅 100% 성공률을 자랑하는 자켓 등 옷에 담긴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연예인들이 실제 자신의 빨랫감을 들고 와 옷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는가 하면, 이를 바탕으로 패션 트렌드까지 소개한다.

김헌주 PD는 “옷은 누구나 세탁해 다시 입는다는 점에서 우리 일상의 큰 부분”이라며 “어떤 옷이든 기억이 묻어 있는 만큼 옷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 사연에 집중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