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럭키’ 유해진 /사진=쇼박스 제공
‘럭키’ 유해진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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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데뷔 20주년. 극단 생활까지 더하면 그가 연기에 매달린 채 밤낮을 지새운 시간은 수도 없다. 그런 그가 영화 ‘럭키’(감독 이계벽, 제작 용필름)를 통해 데뷔 후 첫 원톱 주연에 나섰다. 치열하게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억지로 보이지 않을지, 어떤 부분에서 웃음을 줄 수 있을지. 예민하게 날을 세웠다. 무명배우의 삶을 그릴 때는 과거의 경험에서 도움을 얻기도 했다. tvN ‘삼시세끼 고창편’을 통해 프로그램의 트레이드마크로 등극한 애완견 ‘겨울이’는 힘을 보탰다.

10. 무명배우의 삶을 그릴 때 과거 유해진의 모습이 참고가 됐을 것 같다.
유해진 : 무명 시절 혼자 남아서 극단에서 청소하는 시간을 제일 좋아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대극장에서 목을 풀고 소리도 내고 연기도 했다. 그 시간이 좋았다. 내가 많이 겪었던 일들을 참고했다. 영화 속에 옥탑방이 나오는데 실제로 나는 옥탑방 후배 집에 얹혀 살았다. 예전의 내 모습이 많이 투영됐다. 그래서 표현하기가 더 수월했다.

10. 코믹연기의 원칙이 있다면?
유해진 : 진지하게 들어가야 한다. 상황이 주는 어쩔 수 없는 웃음을 좋아한다. 영화 ‘해적’에서도 나는 진지했다. 자기가 살아남고, 아무도 안 믿다보니까 액션이 커진 거였다. ‘럭키’는 내가 극을 끌고 가는 입장이었다. 워낙 영화 같은 이야기라서 과하게 표현하지 않으려고 했다. 안 그래도 믿기지 않은 이야기다. 내 자신도 진짜로 믿으려고 노력을 했다. 그래야지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10. 시나리오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해진 : 시나리오를 볼 때는 나도 모르게 예민해진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럴 때는 계속 걷는다. 매니저가 쫓아오면 ‘오지마!’라고 내쫓기도 한다.(웃음) 영화가 촬영되는 짧은 순간 안에 많은 걸 생각해야 한다. 앞뒤가 잘 맞는지, 나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이걸 받아 들일 수 있을지 등을 생각해야 하니까 순간 예민한 상태가 된다.

10. 영화 속에 ‘삼시세끼 고창편’에도 나온 겨울이도 특별출연했다.
유해진 : ‘럭키’를 찍을 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는데 ‘삼시세끼’를 찍으면서 유명해졌다. 안 그래도 겨울이는 사람을 잘 따른다. 막 짖다가도 귀여워하면 발라당 눕는다. 그래서 많이 예뻐해줬는데 요즘은 더하다. 같이 다니는 매니저가 자신보다 겨울이를 더 챙기니까 속상해할 정도다. 겨울이 많이 거만해졌어.(웃음)

‘삼시세끼 고창편’ 스틸컷 / 사진=tvN 제공
‘삼시세끼 고창편’ 스틸컷 / 사진=tvN 제공
10. ‘삼시세끼’로 큰 사랑을 받지 않았나.
유해진 : ‘삼시세끼’는 활동량이 많은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인위적인 것은 전혀 없었다. 뭔가를 설정하고 행동하는 것은 프로그램 취지와 맞지도 않는다. 여백이 있어서 더 좋아해준 것 같다. 꽉 채우려고 하지 않았다. 낮잠 자는 여백, 탁구 치는 여백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많이들 좋아해주지 않았나 싶다.

10. 작품을 고를 때 기준이 있다면?
유해진 : 재미. 꼭 웃음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눈물을 흘려도 재미있다고 하지 않나. 사람 이야기가 잘 담겨져 있는 게 중요하다.

10. 올해가 데뷔 20주년이다. 소감이 남다를 듯하다.
유해진 : 난 복 받은 놈이다. 연극까지 하면 20년 이상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솔직히 얘기하면 그게 본인의 노력만으로는 되지는 않는다. 운도 분명히 따라줘야 한다. 결과적으로 나는 복 받은 놈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10. 그럼에도 슬럼프가 있었을 것 같은데.
유해진 : 당연히. 매번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본의 아니게 휴가가 계속될 때도 있었다. 다음 작품이 없으면 일이 없는 거니까. 안 좋은 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 그럴 때는 무조건 움직였다. 산으로 향했다. 미친 듯이 걷고 뛰었다. 예전에 시간이 많이 남아서 산과 더 친해진 계기도 있다. 집에만 있으면 안 좋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웬만해서는 계속 움직인다. 힘들어도 나가서 힘든 게 낫다는 생각이다. 밖에서 충전을 한다.

10. 어느 정도의 흥행을 예감하는지.
유해진 : 예측 숫자는 항상 얘기를 안 한다. 관객들이 ‘럭키’를 보면서 미소를 짓는다면 좋을 것 같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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