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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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내 모습을 미리 볼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10분부터 방영하는 MBC 예능프로그램 ‘미래일기’(사진)는 수십년 뒤로 ‘시간 여행’을 떠난 연예인의 하루를 보여준다.

지난달 29일 첫 시즌 방송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가 미래 모습으로 분장한 채 보내는 하루를 카메라에 담는다. 지난 2월 설 연휴 파일럿 방송으로 화제를 모은 뒤 시즌제 프로그램으로 정규편성됐다.

시간 여행 과정은 이렇다. 먼저 출연자마다 자신의 미래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나이를 정한다. 영화 ‘아가씨’ ‘은교’ 등을 작업한 특수분장팀이 그 나이에 맞는 분장을 해준다. 분장하는 동안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다. 변신이 끝나면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각자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을 하루 동안 해본 뒤 현실로 돌아온다.

30년 후 내가 현재의 나에게 인생을 말하네
이 프로그램은 시즌제로 운영해 출연진을 바꿔가며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갈 예정이다. 출연자의 사연이나 처지에 따라 다루는 내용도 조금씩 다르다. 지난달 29일과 지난 6일 방영된 1, 2화에는 코미디언 부부 이봉원(53) 박미선(49) 등이 출연했다. 28년 후를 선택해 각각 81세, 77세가 된 두 사람은 ‘졸혼’ 후 따로 살고 있는 미래 모습을 알아봤다.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의 신조어로, 법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한 채 각자의 삶을 사는 형태다.

새로운 삶을 산다는 설정은 출연자들에게 특별한 감회를 느끼게 했다. 박미선과 이봉원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각자 노후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댄스스포츠를 배우러 학원에 갔다. 목소리를 듣고서야 서로를 알아본 두 사람은 “반갑기도 하고 짠한 마음도 든다”며 서로의 모습에 놀라워했다. 둘은 노인의 처지에서 과거를 추억하며 선물을 나누고, 자신들의 연예활동 전성기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며 서로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30년 후 내가 현재의 나에게 인생을 말하네
수십년 뒤 자신의 관점에서 현재를 돌아본 이도 있다. 아이돌그룹 룰라 출신 방송인 이상민(43)은 64세가 되는 2036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 여기서 설정한 그의 미래 상황은 한 대형 기획사 대표다. 노인 분장을 하고 신촌의 한 음반 가게에서 룰라 음반을 찾아본 그는 “모든 것이 변하는데 음악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음악을 계속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UFC의 종합격투기 선수 김동현(35)은 60세 노인으로 변신했다. 그가 선택한 활동은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서울 인사동 나들이를 하는 것. 오랜만에 어머니와 속 깊은 대화를 나눈 그는 “그동안 부모, 자식 간 사랑을 너무나 당연히 생각해 소홀히 여겼다”며 “앞으로는 사랑을 자주 표현하도록 하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 프로그램에서 변하는 것은 출연자의 외모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미래 모습을 본 출연자는 자연스럽게 그 나이에 맞는 생각과 행동을 한다. 이봉원은 노인 분장을 끝낸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뒤 마치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소파에 주저앉는다. “평소 내가 늙으면 세련된 할아버지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깊게 팬 얼굴과 손 주름을 찬찬히 보다가 구부정한 자세로 말을 잇는다. “이렇게 분장을 하니 말도 느려지고 힘이 빠지네. 내가 변한 게 아니고 분장만 한 건데 참….”

이런 변화가 자연스러운 감동과 재미를 준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연출을 맡은 정윤정 PD는 “출연자들이 미래 모습으로 분장하고 나니 가족에게 평소에 하지 못한 말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며 “평생 배운 것보다 하루 시간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이 더 많다고 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제 운영을 통해 다양한 출연자의 이야기를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