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근 /사진=플레디스
한동근 /사진=플레디스
"가수 한동근입니다!"라고 무던하게 소개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한동근의 캐릭터는 한마디로 설명 불가다.

2012년 가을 '위대한 탄생3'에서 임재범을 연상하게 하는 묵직한 보컬로 한동근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가수로의 첫 도전에서 그는 우승을 하게 된다. 2014년 가을 데뷔 싱글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그러나 한동근은 '위대한 탄생' 만큼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이후 '읽지않음', 2015 PLEDIS DUET Project 'Parting', 세 번째 디지털 싱글 앨범 '그대라는 사치'까지 새로운 앨범을 발매하며 돌아왔지만 대중의 반응은 인색했다. 드물게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며 무명 아닌 무명 기간을 견디고 견뎠다. 지난 봄 MBC '복면가왕'에 출연하기 전까지.

음악 프로그램은 한동근이 제일 잘하는 것이기도 하다. 초유의 기록을 세운 '우리동네 음악대장'(국카스텐 하현우)과 보컬 대결을 통해 대중에게 한동근만의 보이스를 각인시켰다. 곧 한동근은 MBC '듀엣가요제'의 패널로 출연하던 와중 우연한 기회에 정인의 자리를 '땜빵' 하게 됐다. 최효인과 함께 소름 돋는 무대를 선보여 시청자들을 두 번 놀라게 했다. 가수라는 사실을 잊어버린데 대해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에는 한동근이 놀랄 차례다. EXID와 같은 아이돌 그룹만 가능할 줄 알았던 '역주행'의 주인공이 됐다. 2년 전 발매한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로 말이다. 한동근의 데뷔곡은 4월 '복면가왕' 출연 이후 음원 차트 300위권에 얼굴을 내밀었다. 이후 '라디오스타'가 방송된 6월 넷째 주에는 주간차트 130위까지 진입, '듀엣가요제' 이후 8월 첫 주 주간차트는 100위권 안인 95위에 진입했다.

상승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 다음 주에는 47위, 그리고 현재는 약 일주일이 넘도록 음원차트 실시간 1위를 달리고 있다. 한동근의 순수함 가득한 예능감 이면에 있는 무대 위 장악력과 폭풍 같은 가창력에 대중은 주목했다. SNS 채널 속 일반인들이 한동근의 노래를 커버하는 등 천천히 입소문을 타며 어느 순간 음원 차트 1위를 꿰차게 된 것이다.

한동근은 이같은 역주행 결과를 '천운'이라고 겸손하게 표현했다. 대중은 천운이 아닌 한동근의 '노력'에 손뼉을 치고 있다. 차트 역주행의 새로운 아이콘 한동근. 그가 진정성이 담긴 새로운 음악으로 한국 정통 발라드 가수 계보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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