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남녀' 박하선X하석진, '고독한 미식가'와 견줄 프로 혼술러 이야기
당신도 혼자 술을 마십니까?

2016년 현재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 족들이 늘고 있다. 빡빡한 주머니 사정 덕에 지인들과 술 한 잔 나눌 여유 없다. 때로는 각박한 회사 생활에 지친 직장인들은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홀로 집에 앉아 맥주 캔을 들이킨다. 이들의 '혼술'은 모두 본인이 원해 선택한 자발적 행위는 아닐지도 모른다.

"여러 가지 이유로 '혼술'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 같다. 나도 혼술을 할 때가 많은데,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아 '혼술'을 중심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싶었다."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의 메가폰을 잡은 최규식 PD는 지난 26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혼술남녀’는 드라마 최초로 노량진 학원가를 소재로 한 공감 코믹 드라마다. 서로 다른 이유로 혼술하는 노량진 강사들과 공시생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대한민국의 고시 준비생이 30만 명에 육박하는 이 시대상과 공시생들의 일상을 현실감 있게 담아내 공감대를 이끌 예정이다. 극강 이기주의 스타강사가 노량진에 갓 입문한 신입강사와 얽히는 로맨틱한 러브라인도 ‘혼술남녀’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한 줄기 희망을 위해 노량진 고시촌 학생들은 오늘도 공부에 매진한다. '혼술'과 '노량진'과의 연결고리는 무엇이었을까. 최규식 PD는 "노량진 공시생들이 22만 명 정도라고 들었다. 현실적으로 팍팍할 줄만 알았는데 다양한 청춘들의 군상을 볼 수 있었다. 대중이 모르는 신선하고 알려지지 않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더라. 2030 공시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혼술남녀' 하석진 박하선 /사진=변성현 기자
'혼술남녀' 하석진 박하선 /사진=변성현 기자
'혼술남녀'에는 노량진 학원가의 강사들과 공시생들의 이야기가 짜임새 있게 그려질 예정이다. 노량진 강사계의 미생, 박하나 역으로 배우 박하선이 출연한다. 박하선은 데뷔 초기 작품인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인상적인 만취 연기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만취녀' 연기에 국한해서만은 자타공인 프로다. 박하선은 "'하이킥' 이후로 오랜만에 코믹 연기를 하게 됐다.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어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면서 "업그레이드 된 만취 연기를 보여주겠다. 리얼하게 보이기 위해 나를 조금 더 내려놨다. 촬영 중 술을 조금 먹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박하선을 TV에서 보는 것은 근 2년 만의 일이다. 2014년 드라마 '유혹' 이후로 오랜 공백을 가졌다. "10년째 쉬지 않고 일을 하다 지쳤던 것 같다. 배부른 소리지만 개인적인 '박하선'이 없어진 느낌이라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쉬면서 현장이 그립고 TV를 보면 그립더라. 부족한 점이 많아 편집본을 보고 재촬영을 하면서 공을 들이고 있다. 요즘 현장에서 '평생 연기해도 되겠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열심히 하겠다."

'혼술남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우 하석진은 "박하선을 실제로 처음 봤을 때 너무 예뻐서 놀랐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석진은 학벌, 얼굴, 강의 실력은 최고지만 안하무인 성격을 가진 한국사 스타강사 ‘진정석’ 역을 맡았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힐링타임으로 고급스러운 술과 안주를 남몰래 즐긴다. 끝없는 이기주의를 보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연예계에서 하석진은 '애주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동안 본격적으로 '혼술'을 다루는 작품이 없었다. '옳거니!'하고 작품을 선택했다. 내가 더 이상 잘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박하선은 하석진에 대해 "은근히 허당스러운 매력이 있다"고 폭로했다. "본인은 기억을 못하는데 특히 술 취했을 때 굉장히 재밌다. 키가 크고 다리가 길어 실물이 좋다. 캐스팅 소식이 들리고 저보다 친구들이 더 좋아하더라. 작품 끝나면 소개팅 시켜드려야 겠다.(웃음)"
'혼술남녀' 공명 정채연 키 김동영 /사진=변성현 기자
'혼술남녀' 공명 정채연 키 김동영 /사진=변성현 기자
노량진 학원가를 주 무대로 하는 작품에 공시생들이 빠질 수 없다. 배우 공명, 김동영과 샤이니의 키(기범), 아이오아이 정채연이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을 맡았다. 이들은 모두 극 중에서 자신의 이름을 사용한다. 때문에 포부 또한 남달랐다.

종영된 드라마 '딴따라'에서 얼굴을 비춘 공명은 이번 작품이 자신의 첫 주연작이다. 그는 이제 막 노량진에 뛰어든 따끈따끈한 햇병아리 공시생 역을 맡았다. 극중 '선 연애 후 합격의 신화를 보여주마'라고 외치며 박하선(박하나 역)을 짝사랑 한다.

"이렇게 큰 역할을 처음 맡아 많이 떨린다. 극중 제 이름 '공명'을 쓰기 때문에 실제 내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 중이다. 극중 '사랑꾼' 면모도 보이는데 실제 연애 스타일을 따랐다. 연애할 때 감정에 솔직하고 직진으로 다가가는 편이다. 그런 모습을 박하선에 어필하려고 했다."

박하선은 공명에 대해 "어리고 예쁘다. 어린데도 마초스러운 부분이 있다. 옴므파탈인 것 같다"면서 칭찬했다. 이어 "대성할 친구 같다. 나중에 모른척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키와 정채연은 아이돌 그룹 출신으로 '혼술남녀'를 통해 연기 신고식을 하게 됐다. 키는 "그동안 뮤지컬이나 소극장 연극 경험은 있지만 드라마는 처음"이라면서 설렘을 드러냈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터. 그러나 키는 자신만만했다.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아이돌 출신이라는 편견에 대한 것은 아니다. 열심히 해서 대중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부담이다. 새로운 도전을 예쁘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

키는 럭셔리 공시생, 노량진 패리스힐튼 기범 역으로 극중 경상도 사투리 연기를 선보인다. 그는 "실제 경상도 출신"이라면서 "사투리 쓰는 자체는 어렵지 않다. 다만 대본이 표준어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그런 대사를 경상도 사투리로 번역을 해야 한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 금수저 캐릭터로 고시생으로 화려한 패션 센스도 보일 예정. "금수저라고 하면 돈이 많다는 얘기인 것 같다.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에 있는 부유한 사람이기보다 주위에 한 명 쯤 있을 법한 친근한 금수저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그룹 아이오아이와 다이아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정채연도 '혼술남녀'에 욕심을 부렸다고 고백했다. "스케줄이 많아서 처음 출연을 제안받았을 때 회사에서 '잘 할 수 있겠냐'라고 하더라. 제가 먼저 회사에 '하고 싶다'라고 얘기했다. 첫 연기 도전인데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공명은 정채연에 대해 "촬영장의 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스태프가 정채연만을 기다린다"라면서 "새벽 촬영이라도 정채연이 있으면 초저녁 같은 기분으로 모두들 힘내고 있다"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혼술남녀' 민진웅, 황우슬혜, 하석진, 박하선, 공명, 키, 정채연, 김동명
'혼술남녀' 민진웅, 황우슬혜, 하석진, 박하선, 공명, 키, 정채연, 김동명
출연자들은 촬영 전부터 실제 술자리를 가지며 남다른 '케미'를 자랑하기도 했다. 키는 "우리가 실제로 친하지 않으면 티가 많이 날 것 같았다. 촬영 전 서로 친해지자는 동의를 하고 자주 만났다. 미세하게 밸런스가 맞더라"라고 말했다.

세 사람은 술을 마시며 우정을 쌓았다. 키는 "촬영 전 집에서 술을 마셨다. 그날 김동영과 나는 기억이 없는데 공명이 우리 둘을 모두 챙겼다. 술을 제일 잘 마시는 것 같다"라고 폭로했다.

이에 공명은 "그날 컨디션이 좋았을 뿐"이라면서 "애주가인 하석진이 제일 잘 마실 것 같다"라고 거들었다. 이에 하석진은 "애주가일 뿐 많이 마시지는 않는 편"이라면서 "건강하고 팔팔한 공시생 3인방이 소주 한 짝도 먹는다는 소문을 들었다"라고 재치있게 말했다.

이같은 배우들의 호흡은 '혼술남녀'의 흥행을 예감하게 했다. 앞서 박하선은 취중 연기를 고백했다. 이는 하석진도 마찬가지 였다. 최규식 PD는 "하석진이 혼자 술을 마시는 장면이 많다. 리얼리티를 위해 진짜 맥주를 마시게 한다. 본의 아니게 많은 맥주를 마시게 해서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박하선은 "토하고, 마시고, 토하고, 마셨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혼술남녀' 최규식 PD
'혼술남녀' 최규식 PD
'혼술남녀'는 신선한 소재에 코미디라는 장르를 입고 대중에 선을 보인다. 분명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겠지만 '음주 미화'라는 리스크도 있다. 최 PD는 "단순히 술에 집중하기보다 '혼술'의 이유를 찾고 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공감대를 살리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고 숙제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석진 또한 "음주를 조장하기 보다 사람들이 이렇게 '혼술' 하는구나 하고 공감할 수 있을 거"이라며 "가을 저녁 맥주 한 캔과 조촐한 안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드라마"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혼술남녀'는 '싸우자 귀신아' 후속으로 오는 9월 5일 첫 방송 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