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한류 확산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이는 가운데 아직 영화 분야에서는 '수상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 부분 합작 형태로 중국 감독이 연출하고 중국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를 제작 중이어서 직접적인 제재권에서 벗어나 있는 환경이긴 하지만 반한류 움직임이 어느 정도의 강도로, 얼마나 이어질지 예상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 영화업계는 중국 내 상황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일 영화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배급업체 중 중국에 가장 먼저 진출한 CJ E&M은 중국과의 공동제작 활동을 왕성히 벌이고 있다.

김진아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양자경이 주연을 맡은 '파이널 레시피'가 이달 말 개봉을 앞두고 있고, '베테랑'과 '장수상회' 등 국내 영화의 리메이크 작품도 중국 측과 공동제작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앞서 CJ E&M은 국내에서 흥행을 거둔 영화를 중국 정서에 맞게 리메이크하는 전략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바 있다.

'수상한 그녀'를 중국판으로 리메이크한 '20세여, 다시 한 번'이 지난해 1월 중국에서 개봉해 관객 1천162만명을 끌어모아 3억6천500만 위안(약 640억원)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CJ E&M 관계자는 "중국에서 공식적이고 가시적인 조치가 나온 상황이 아니어서 대비책을 세우기에 모호한 측면이 있다"며 "중국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쇼박스는 지난해 중국 현지법인 '쇼박스차이나'를 설립하고서 중국 제작사인 화이브라더스와 함께 3년간 한중합작영화 6편 이상을 제작하기로 했다.

쇼박스가 국내의 영화산업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선별하면 쇼박스차이나에서 중국 현지화 기획개발을 주도한다.

이후 완성된 시나리오로 쇼박스와 화이브라더스가 투자 결정을 내리고, 공동 제작된 영화는 화이브라더스가 중국 내 마케팅과 배급을 담당한다.

양측의 이런 공동제작의 첫 결실인 '뷰티풀 액시던트'(美好的意外·미호적의외)가 하반기 개봉할 예정이다.

쇼박스 관계자는 "우리가 만드는 영화는 감독과 배우, 제작 모두 중국인이다"며 "겉의 만듦새가 100% 중국이라서 사드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쇼박스 측은 화이 측과 2번째 작품도 차질없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중국 드라마제작사 화책미디어와 손잡고 합자회사 '화책합신'을 설립한 뉴(NEW)는 강풀의 만화 '마녀'를 원작으로 한국과 중국 현지의 정서에 맞게 각각 영화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인간중독'의 김대우 감독이, 중국에서는 '20세여 다시 한 번'의 천정다오(陳正道) 감독이 각 영화의 연출을 맡았다.

뉴는 또한 우리 영화 '뷰티 인사이드'(2014)의 중국판 리메이크도 추진 중이다.

뉴 관계자는 "화책합신이 중국에 근간을 두고 있어 중국 현지 프로젝트와 다름없다"면서도 "하지만 반한류 움직임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몰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