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영화 ‘부산행’ 스틸컷 / 사진제공=NEW
영화 ‘부산행’ 스틸컷 / 사진제공=NEW
‘부산행’을 1000만 흥행으로 이끈 데는 배우들의 열연을 빼놓을 수 없다. 각자의 캐릭터에 완벽하게 스며 든 배우들의 연기는 스릴있게 흘러가는 좀비 액션 신 사이에서 단연 빛이 났다.

연상호 감독은 앞서 “기존의 할리우드 장르 영화, 한국 영화들에서 보지 못했던 전혀 다른 느낌의 한국적인 감수성과 톤, 그리고 쾌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대성공이다. 비디오게임을 응용한 모션 캡처들을 활용해 할리우드 영화 속 좀비와는 전혀 다른, ‘동양적이면서 한국적인’ 좀비를 만들어내는 데도 성공했지만, 배우 마동석의 찰진 연기도 그에 팔할은 담당했다. 그가 애드리브로 적당하게 양념을 친 ‘한국형 순정 마초’ 연기는 한국적인 톤앤매너를 만드는 데 일조했을 뿐 아니라 자칫 신파적으로 갈 수 있는 지점에서 윤활유가 되어줬다.

마동석과 부부 연기를 펼친 배우 정유미도 그간 독립 영화에 출연해오며 쌓아왔던 연기 내공과 그만의 색깔을 유감없이 펼쳤다. 정유미는 다소 신파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임산부 ‘성경’을 너무 도드라지지 않게 표현하면서도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자연스럽게 연기해내며 무게 중심을 끝까지 잃지 않았다.

‘부산행’은 ‘좀비 재앙’을 피하기 위해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영화인 동시에, ‘공유 시대’로 가는 특급 열차이기도 하다. 좀비 재난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도 극 전반에 걸친 드라마를 힘있게 끌고 나가는 배우 공유는 초고속으로 달리는 부산행 KTX와 함께 내달리며 또 다른 스펙터클을 선사했다. 공유는 평범한 소시민인 펀드 매니저 ‘석우’를 맡아 좀비 블록버스터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의 깊은 몰입도를 이끌어냈다. 그의 이러한 연기력은 차기작인 ‘밀정’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배우 김의성은 인간 본성의 악을 초월한 듯한 절대악(惡)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부산행’ 후기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단 한 줄로 요약된다. “김의성 나쁜 놈”. 김의성은 ‘부산행’에서 고속버스 회사 상무 용석 역을 연기했다. 용석은 극 중 이기심으로 점철된 악역이다. 실제 김의성 역시 “그동안 악역을 모아놓은 것보다 훨씬 더 비호감인 캐릭터”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김의성은 재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용석을 그야말로 실감나게 표현해냈다. 연상호 감독 역시 “김의성은 캐릭터 그 자체”라며 “처음 생각했던 시나리오 이미지를 그대로 흡수해 100% 이상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공유의 딸을 맡은 아역 배우 김수안은 그야말로 ‘연기 천재’다. 연 감독은 김수안이 ‘수안’ 역을 꼭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 감독이 캐릭터도 아들에서 딸로 바꾸고, 이름도 ‘수안’으로 변경했다. 연기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묻기도 하고 성인 배우와 다른 점이 없었다는 김수안은 극중 공유와 둘이서만 맞붙는 장면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아우라를 보여줬다. 김수안은 영화 ‘신과 함께’에서 인간 ‘자홍’을 심판하는 왕 중 한 명인 ‘태산대왕’ 역으로 분해 차태현과 호흡을 맞춘다. 아역으로는 이례적으로 왕 캐릭터를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상황. 또한 ‘군함도’에서는 황정민의 딸 ‘소희’ 역으로 송중기와 함께할 예정이다. 아역배우로서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김수안의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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