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완 작가, 데뷔작서 시의성 높은 문제의식 보여줘

SBS TV 수목드라마 '원티드'가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킨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정면으로 고발하고 나섰다.

유명 배우의 아들 유괴 사건에서 출발한 '원티드'는 이윤을 추구하다 무고한 사람들을 죽여 놓고서도 반성을 모르는 자본 권력에 비수를 겨눴다.

3일 밤 방송된 '원티드' 13회에서는 배우 정혜인(김아중 분) 아들을 납치하고 리얼리티쇼를 만들도록 지시한 이가 프로그램 제작을 진두지휘한 최준구(이문식) 방송국 국장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뒤에는 8년 전 SG케미칼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임신 7개월 아내와 뱃속 아이를 잃었던 최준구의 비극이 숨겨져 있었다.

최준구는 SG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덮고자 수많은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을 방송을 통해 고발하려고 했으나, 계속 실패했다.

그는 결국 다른 피해자 유족들과 유괴극에서 시작되는 거대한 계획을 짜는 방법을 택했다.

마지막회에서는 리얼리티쇼가 진행되는 동안 죽어 나간 사람들을 둘러싼 퍼즐도 하나둘 맞춰졌다.

피해자 사망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는 사실을 은폐한 연구자, 담당 환자가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죽었다는 걸 알면서도 왜곡했던 의사의 모습은 우리 현실과 똑 닮아 있었다
이 드라마로 데뷔한 한지완 작가는 현재진행형인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정면에서 다룸으로써 매우 시의성 높은 문제의식을 보여줬다.

KBS 2TV '함부로 애틋하게', MBC TV 'W'와 경쟁 중인 '원티드' 시청률은 5%대에 불과하지만, 이 드라마가 던진 사회적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원티드' 제작사인 재미난프로젝트의 정아름 대표는 4일 연합뉴스에 "'원티드'는 개인적인 복수극이라고만 볼 수 없다"면서 "우리 사회 문제를 조속히 고발하고 해결하고자 최준구 개인이 희생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범인을 너무 일찍 밝힌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드라마에서 더 풀어나가고자 범인을 일찍 드러낸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ai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