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안종도 "라모·슈만·불레즈 40곡 연주에 도전"
클래식 공연에서 한 연주자가 17세기 바로크부터 20세기 현대까지 다양한 시대의 음악을 들려주는 일은 흔하지 않다. 레퍼토리 구성에서 일관된 주제나 특색을 내세우기 쉽지 않아서다. 음악 색채나 연주기법이 서로 다른 곡을 한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은 음악가에게도 큰 부담이다.

피아니스트 안종도(30·사진)는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다음달 4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라이징스타’ 무대에서 바로크음악의 대가 장 필리프 라모와 19세기 낭만주의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 20세기 현대음악의 전설 피에르 불레즈의 곡들을 연주한다. 공통점이 거의 없는 이들을 연결하는 콘셉트는 ‘모음곡’이다.

안종도는 ‘작은 형식의 예술’이란 주제를 걸고 세 작곡가의 모음곡을 연이어 들려줄 예정이다. 모음곡은 20~30마디로 구성된 소품을 번호를 붙여 모은 작품이다. 그는 “바로크부터 현대까지 40곡이 시의 향연처럼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라모의 ‘운지법이 있는 클라브생 모음곡집 중 모음곡 D장조’ 10곡, 슈만의 ‘다비드 동맹 무곡집’ 18곡, 불레즈의 ‘12개의 노타시옹’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곡’이다. 안종도는 “라모의 작품은 정교하고 섬세한 선율이 돋보이고, 슈만의 곡은 영혼을 마구 휘젓는 듯한 수많은 감정이 뛰어노는 춤과 같다. 불레즈 작품은 몽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글자도 흘려버릴 수 없는 시 같은 곡”이라며 “시대별로 펼쳐지는 짧은 모든 순간을 살아 숨 쉬는 생명으로 만들어 다채롭고 강렬한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밝혔다.

안종도는 2012년 프랑스 롱티보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2013년 폴란드 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오는 10월부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독일 뮌헨, 베를린 등지에서 독일 가곡 연주회를 연다.

그는 “브람스, 모차르트 등 옛 거장들이 숨 쉬는 곳에서 함께 호흡하며 그들의 음악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우리 삶에 존재하는 희로애락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